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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습관의 합

등록일 2020-03-01 19:21 게재일 2020-03-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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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올 초 두 여동생에게 예쁜 다이어리를 선물했다.

단, “하루 한 줄 일기 쓰기”라는 미션을 주었다. 하루 한 줄도 못쓰겠느냐는 답장이 왔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두 달이 지났다. 어떻게 됐을까?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다이어리를 잃어버리진 않았단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 앱 중에 디지털 일기장 ‘세 줄 일기’라는 것이 있다. 짧지만 깊이 있는 일기장이라고 소개한다. 혼자 쓰는 방식과 같이 쓰는 방식, 공개와 비공개, 커플일기, 독서일기, 육아일기, 일상일기 등의 카테고리도 있다. 작성한 일기는 사진, 이미지 등으로 꾸밀 수도 있고 저장도 간편하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배준호 씨가 아내와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 짧은 후기를 남기기 위해 고민했던 게 ‘세 줄 일기’라는 플랫폼으로 태어났다. 현재 가입자가 4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삶은 매 순간의 합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전부다. 누구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로 먼저 갈 수 없다. 책상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이고 진실이다. ‘진실이다’까지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령 두 개를 들고 운동을 한다. 15번씩 3세트를 하려면 이 글을 쓰는 동안 두 번 더 일어나야 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도 순간에 충실한 사람일 것이다. 좋은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삶은 습관의 합이다. 그것이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중1 독서습관’을 쓴 김정은, 유형선 부부는 자녀의 독서 습관을 위해 몸소 가족독서토론을 실천했다. 책 읽는 환경을 만들고 부모도 독서토론에 동참한 것이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경험을 모아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이라는 책을 펴낸 이태숙 교사는 “매일 아침 20분씩 그림책을 읽어주기만 했을 뿐인데 아이들의 독서습관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독서, 글쓰기 강연 때 많은 학부모가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나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라, 가 아니라 하자, 고 하세요. 책 읽어, 가 아니라 책 읽자, 책 읽어줄까, 라고 하세요. 일기 써, 가 아니라 일기 쓰자, 오늘은 뭘 쓸까, 라고 하세요. 같이 하세요. 함께 하세요. 나는 내 것을, 아이는 아이 것을.”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좋은 습관이 아닐까 싶다. 책 읽는 습관, 일기 쓰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 명상하는 습관, 좋은 음식을 먹는 습관, 봉사하는 습관 등은 그 어떤 재산보다 귀하다. 결코 잃어버리지 않는 영원한 보물이다.

우리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물려주려면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조금 전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뭐해?” “응. 아빠 지금 글 써. 습관에 대해서 쓰고 있어. 은유는 오늘 일기 뭘 쓸 거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물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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