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칠포리에서 오도리까지 해안 길을 따라가노라면 가장 뜨거운 장소가 카페들이다. 높은 곳일수록 경치가 좋다. 낮아도 갯바위와 파도소리 그리고 수평선이 보이면 충분하다. 시원한 망망대해를 굽어보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열린다. 거기에 갯바위와 갈매기 그리고 햇살이 부서지는 파도라니 평온함이 커피 한 잔과 함께 몸에 충만해진다. 단연 공기와 향기 또한 좋아서 오래 머무르고 싶어진다. 그래서인지 경치 좋을만한 곳곳에 새로운 카페가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나는 특히 이 해안 길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거의 갈매기처럼 한 바퀴 휘휘 도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도심에서 먼 곳까지 사람들이 많이 올까 싶지만 생각보다 많다. 게다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신혼의 남녀나 한참 연애중인 남녀나 할 것 없이 이상하게 젊다. 간혹 중년이 끼어있긴 하나 그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고 카페에 오래 앉아 풍경 속에 살기나 하듯 소일하는 것은 젊은 부부다. 하도 이상해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물어보기까지 했다. “집은 좁은데 여기는 넓고 시원하고 좋잖아요. 주말이라 할 일도 없고 아이와 남편같이 시간 보낼 겸 나왔어요.”, “사진 찍을 데가 많잖아요. 이런 곳에 왔다고 자랑도하고”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새로운 트렌드인데 내가 그걸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이 특별히 겪고 있는 결핍이란 문제를 가려서 해소해주려 한 것이 카페가 성업인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의 결핍, 내속에 오래 전 자리 잡았던 동경하던 분위기 그리고 환상과 꿈에 대한 결핍, 꼭 가지고 싶었지만 잠시만 누려도 기분 좋은 그런 것들…. 한마디로 꿈과 환상을 잠시 동안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카페라면 누구에게라도 대환영일 것이다. 거기다 평소에 풀어놓지 못한 수다라니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가볼만한 곳이 된 것이다. 심지어 아저씨들도 술보다 커피를 마시며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풍경 속에 앉아 웃고 떠들며 시간 속을 거닌다는 것은 왠지 삶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다. 아니 모든 결핍을 잊게 해주는 힐링의 시공간이 열리는 것 같다. 아이들과도 같이 앉아 이것저것 나누면서 햇살과 바람을 즐기듯 앉아있는 젊은 부부와 곁눈으로 흘낏거리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남녀들,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별 의미는 없겠지만 끝없이 해안에 밀려드는 파도처럼 떠드는 사람들, 바닷가 카페에 가면 그것이 새로운 일상이 된다. 한마디로 일상을 즐긴다는 표현이 맞지 싶다. 그러다보니 신종 매니아도 생겨났다. 요즈음 카페를 순회하면서 평을 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올리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폰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리는 SNS가 늘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결핍이 있다. 그것을 이용해서 유혹하든지 말든지 나는 이 동화 같은 바닷가 카페에서 작은 꿈을 수평선과 파도에 실어 놓고 놀아보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