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불법 시정도 외면 배짱 내미는 건가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0-01-06 20:28 게재일 2020-01-07 1면
스크랩버튼
편법 쪼개기 건축 포항 마트들<br/>시 계고장 받고도 무대책 일관<br/>폐쇄해야 할 통로선 음식 조리<br/>소액 강제금 부과 비웃듯 행태<br/>안전 위협에 행정 실효성 논란

포항지역 일부 대형마트의 ‘쪼개기 건축’ 의혹<2019년 12월 13일, 12월 26일자 1면 보도>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마트들은 본지 보도 후 당국으로부터 자진철거 계고장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이용객들의 안전이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행강제금 부과 등 건축행정의 실효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6일 포항시 남·북구에 따르면 남구는 지난달 13일 연일읍 생지리 일원에 있는 A마트에 원상복구 계고장을 발부했다. 북구도 흥해읍 B마트와 장성동 C마트에 대해 지난달 12일과 18일 각각 계고장을 보냈다. 해당 마트들은 두 건물을 나란히 지은 뒤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별개의 건물로 사용승인을 받은 후 불법통로를 만들어 한 건물로 사용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건물 면적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 지켜야 하는 법상의 각종 의무를 피하려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건축법상 유통매장은 근린생활시설로 구분되며, 바닥 면적이 1천㎡를 넘어가면 판매 및 영업시설로 분류된다. 판매 및 영업시설로 분류되면 소방안전시설과 장애인편의시설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포항시 남·북구가 시정명령을 한 지 보름여가 지났지만, 6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마트들은 여전히 통로를 사용하고 있는 등 개선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좁은 통로 양옆에는 음식재료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흥해읍 B마트는 통로와 함께 불법으로 만들어 놓은 방 구조의 건물에서 버젓이 게를 찌는 등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마트들이 이처럼 배짱 영업을 하는 이유는 당국이 마트 업주를 대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해도 이미 쪼개기 건축을 통해 절감한 비용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통로에 대한 증축 신고를 하고 두 건물을 하나의 건물로 인정하게 되면 판매 및 영업시설로 건축물 주 용도가 변경되는데, 이 때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소방안전시설과 장애인편의시설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불법 건축물인 통로에 대해 물게 될 이행강제금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앞으로도 이용객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배짱영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불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1년에 한 번 위반 사항을 복구할 때까지 부과된다. 금액은 위반 면적 1평당 50만∼100만원 정도다.

소방당국과 전문가들은 편법으로 소방시설물 설치를 소홀히 한 업주를 질타하면서 이용객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포항남부소방서 관계자는 “조리 방 같은 경우에는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자동확산 소화기와 가스누설 감지 경보기를 반드시 설치해야만 한다”며 “만일 해당 통로를 그대로 사용하고 싶으면 정상적으로 증축신고를 하고, 옥내소화전과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좁은 통로 1개로 큰 건물 사이를 연결해 놨기 때문에 구조상으로 화재나 지진 등 갑작스러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지역의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결된 두 건물 너비를 합하면 1천㎡를 넘는 중대형마트 시설인데도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화설비나 진압대원들이 사용하는 소화활동설비, 방화문 등의 피난설비가 없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이용객들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실효성 없는 이행강제금 부과로 그칠게 아니라 행정당국과 소방당국이 머리를 맞대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북구청 관계자는 “계고장을 보낸 뒤 한 달이 지난 시점에 해당 마트들을 다시 방문해 현장확인을 할 것”이라며 “원상복구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형사고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