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모래가 발목까지 차올랐던 포항 월포해수욕장 <br/>자갈더미에 온갖 쓰레기까지 나뒹굴어 폐허 방불<br/>매년 태풍 때마다 유실 반복 ‘기능상실’ 우려 커져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포항 월포해수욕장 백사장이 자갈밭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 유실 때문에 해수욕장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제2의 포항송도해수욕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찾은 포항 월포해수욕장은 바다 기슭을 따라 흰 모래톱이 늘어서 있던 기존 명품해수욕장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태풍 타파가 할퀴고 지나간 백사장은 곳곳이 움푹 파이거나 솟구쳐 울퉁불퉁하게 변해버렸고, 희고 고운 모래 대신 해안가를 따라 울퉁불퉁하고 굵은 자갈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파도에 밀려온 타이어와 어구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도 나뒹굴고 있었다.
주민 안추자(70·여) 할머니는 “해변을 걸을 때면 모래가 발목까지 차올랐는데 이번 태풍으로 자갈밭이 돼 버렸다. 이런 모습은 수십 년 만에 처음 본 것 같다”면서 “해수욕장이 볼품없이 변하면서 해수욕장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27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 21∼23일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포항에는 200㎜ 이상의 많은 비와 초속 30m의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월포해수욕장에도 강한 파도가 몰아치면서 백사장 전체를 덮쳤고, 면적 10만7천786㎥, 길이 1.1㎞에 이르던 월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은 현재 30∼40%가 자갈밭이다.
월포해수욕장의 백사장 침식은 강한 태풍이 올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5년 태풍 고니가 경북 동해안을 강타했을 때 30m 이상이던 백사장의 폭이 20m 이하로 줄었고, 파도에 모래가 유실돼 곳곳이 자갈밭으로 변했다. 당시 포항시가 모래를 보충해 백사장을 복구했지만, 이듬해 불어닥친 태풍 ‘차바’로 인해 또 한 번 모래가 유실됐다.
특히 올해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타파가 동해안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백사장 모래가 심각하게 유실돼 주민들의 우려가 커가고 있다.
인근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월포해수욕장은 십여년 전만 해도 고운 모래가 가득 차 있었는데, 최근 들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면서 “혹시나 송도해수욕장처럼 해수욕장 기능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제대로 된 환경조사를 해서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멀리 있는 자갈이 파도와 함께 백사장 위로 떠밀려 온 것이지 모래는 유실되지 않았다”면서 “자갈밭이라고 꼭 나쁜 것 많은 아니다. 당분간 자갈을 그대로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