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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등록일 2019-09-05 19:36 게재일 2019-09-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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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실험자가 광고를 볼 때 뇌파가 어떻게 변하는지, 어느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관찰한 빅 데이터를 모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합니다. 고급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유심히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나긋나긋 느린 음악이 주로 흐릅니다. 매장 내 음악 속도는 고객 매장 체류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가격표가 빨간색인 이유는 가격 파괴 기대감을 심어줘 시선을 고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뇌는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2+1이나 한정 판매가 효과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기회를 놓쳤을 때 손해 볼 것이라는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이나 매장, 홈쇼핑은 뉴로 마케팅 집합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성적 사고방식으로 자제하려 해도 우리의 각오는 그들 전문성을 이겨내기 힘든 게 사실이지요.

왜 굴지의 기업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각 가정에 서로 깔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을까요? AI 스피커는 사물 인터넷의 첫 교두보로 모든 가정에서 빅 데이터를 수집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AI 스피커 점유율은 데이터양과 질에서 현저한 차이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편리함과 즐거움. 빠른 속도와 안락함. 다양한 먹거리와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 누구나 선망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서히 길들여지다가 언젠가는 덜컥, 더 이상 우리의 자유 의지대로 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 이 새벽에도 포항 앞바다에는 오징어잡이 배들의 집어등이 찬란하게 빛납니다. 그 불빛을 보면 견딜 수 없어 수면 위로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오징어들의 몸짓을 상상합니다.

유하 시인은 그의 시 ‘오징어’에서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이라 외쳤는데, 지금 우리를 향해 밝게 비추고 있는 저 빛이 과연 진리의 빛인지, 뉴로 마케팅의 첨단 연구로 똘똘 뭉친 유혹의 빛인지를 따져 물어야 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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