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
비름잎에
꽂힌 땡볕이
이웃 마을
돌담 위
연시로 익다
한쪽 볼
서리에 묻고
깊은 잠 자다
눈 오는 어느 날
깨어나
제상 아래
심지 머금은
종발로 빛나다
천상 시인으로 살다간 눈물의 시인 박용래의 그리움의 시를 다시 읽는다. 여름 땡볕을 견디고 동지섣달 눈 오는 차가운 밤에 더욱 새빨갛게 빛나던 연시, 그 맛깔스럽고 탐스러운 연시가 익던 고향마을도 고향사람들도 허망하고 덧없는 세월에 얹혀 가버리고 제상 아래가 보인다고 말하는 시인의 젖은 눈매가 그려지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