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다양하게 세대를 정의하여 왔다. 통기타와 그룹사운드라고 하면 7080세대라는 말이 떠오른다. 컴퓨터를 기준으로 삼은 386세대라는 말은 정치적 영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령화가 진전되는 동안에는 베이비붐세대라는 말이 오래 지속되었다. 이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세대라고 할 수 있는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미국의 퓨 리서치에서 밀레니얼세대라고 명명한 바 있다. 현재 나이로 치면 25세부터 39세에 이르는 연령층이다. 이들 세대가 점차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흐름에 미국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전 세계가 혁신의 상징으로 여기던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해안 일대의 첨단기술 연구단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이들 세대가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얼마 전 한 리서치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베이에어리어에 거주하는 18∼34세의 밀레니얼세대들 가운데 5분의 2는 향후 1년 이내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생각이라고 응답하였다. 실제 지난 수년간 이 지역을 포함한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의 증가세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의 12%에 해당하는 2.6조 달러 규모의 경제력을 지닌 캘리포니아주 당국도 밀레니얼세대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밀레니얼세대들은 자라는 과정에서 그전까지 비교적 순탄한 성장을 이루었던 것과 전혀 다른 수많은 사건과 위기를 모두 겪었다. 2001년 911테러부터 이라크전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부모세대와 함께 겪었다. 우리나라의 이 세대는 심지어 IMF외환위기까지 경험하였다. 게다가 PC는 물론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동안 함께 나이를 먹었고, 다양한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부모들이 이해하기 힘든 세대이기도 하다. 미국의 비즈니스기술전문 사이트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이들 세대의 특징을 11개의 추출한 바 있다. 몇 가지 살펴보면 요리보다는 테이크아웃을, 맥주보다는 와인이나 증류주를, 강의 출석보다는 온라인학습을 선호한다. 육아는 어르신보다는 구글에 의존하며 백화점쇼핑대신 패스트패션으로 치장한다.
이들 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25% 수준인 18억 명에 달하며 중국에만 3억5천100만 명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2019년 4월 주민등록기준으로 비슷한 연령층(25∼39세) 인구는 1천만 명이 넘는 20.5%에 이르렀다. 포항도 9만1천890명으로 18.1%에 이른다. 다만 아직은 부모세대의 비중이 높아 포항의 전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에서는 아마도 이들 세대보다는 부모세대의 가치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들 밀레니얼세대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제 포항도 이러한 물결에 늦지 않게 올라타야만 한다. 최근 포항에서는 관광산업의 육성을 산업다변화의 대안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인지 여부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볼거리, 그들이 좋아하는 먹거리, 그들의 취향에 맞는 쇼핑거리를 어떻게 부모세대의 취향과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달려있다. 어떠한 조형물을 세우거나 과거 성공하였던 관광인프라가 베이비붐 세대들과는 전혀 가치관이 다른 이들 세대들에게도 그대로 통용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들의 취향과 선호를 염두에 둔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만 포항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층의 유입, 청년창업 유도,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의 육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