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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책 한 권을 읽었고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9-04-04 19:31 게재일 2019-04-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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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br/>조 페슬러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br/>인문·1만4천원

작가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고,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내는가. 작가들은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 문학작품을 만들어 내는가. 미국의 문예지‘애틀랜틱’은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인생을 바꾼 한 문장은 무엇입니까?”

‘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위즈덤하우스)는 이 질문에 대한 33명 작가들의 대답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다른 이의 글이나 문장이 자신의 작품이나 삶에 얼마나 강렬하게 영향을 끼쳤는지, 그 순간들을 서술했다. 어느 문장을 접한 후 떠오른 생각이 어떻게 성숙해지고 견고해지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창의적 영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차마 작가를 꿈꿀 수 없었던 청년이 작가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작가의 새로운 인생관이나 작품관을 탄생시키기도 한다.‘애틀랜틱’온라인에 ‘바이 하트’라는 코너를 만들어 이 인터뷰들을 진행하고 글로 엮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조 페슬러는 이 글들을 두고 “어떤 면에서는 회고록이고 어떤 면에서는 문학비평이고 어떤 면에서는 작법 수업이고 어떤 면에서는 공개작업실이었다”라고 말한다.

문장 하나가 예술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통해 예술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자연스레 대입할 수 있다. 세상을 처참하면서도 경이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잭 길버트의 시를 본 후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 구절이 명확하게 말해준다”고 고백한다. 주노 디아스는 ‘빌러비드’를 읽고 문학이 역사의 희생자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거창하게 인생관을 뒤흔들지 않아도, 문장 하나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이들도 많았다. 주로 시를 꼽은 이들이 그랬다. MRI 기계 안에서 생매장 당하는 기분에 떨었던 빌리 콜린스는 눈을 감고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외웠다.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색채를 불어넣기 위해 ‘재버위키’의 상상력을 끌어다 쓴 제시 볼의 경험도 있었다. 이들은 시 한 편을 외울 것을 권한다. 아주 짧은 것이라도 좋다. 그러면 시는 책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내 안에 담아 둔 무언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궂은 일상에서도 항상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를 얻게 되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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