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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더운 ‘대안야당’ 구축하길

등록일 2019-03-03 19:54 게재일 2019-03-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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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 출범을 놓고 ‘탄핵 궤멸’ 이후 처음으로 ‘오너 당 대표’가 등장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황 대표의 이미지는 비교적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그를 헐뜯으려는 진보진영 논객들은 ‘탄핵 총리’, ‘두루뭉술한 화법의 기회주의자’에 심지어는 ‘두드러기를 이유로 군대를 슬그머니 빠진 사람’이라며 까마득한 병역면제 이력까지 들쑤시지만, 그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한국당 전당대회 자체는 아쉽다. 기대했던 국가미래 청사진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폐허에서 의연히 일어설 혁신의 깃발이 무성히 나부끼길 기대했던 다수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게 냉정한 관전평이다.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 데 대한 서운함은 예상보다 짙다.

일단 ‘범보수 통합’을 외친 황교안 후보가 ‘중도 외연확장’을 부르짖은 오세훈 후보, ‘강성야당’을 주창한 김진태 후보를 넉넉한 표차로 눌렀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나아갈 대로(大路)는 일단 ‘범보수 통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결과에 나타난 민심의 함의를 가볍게 읽어서는 안 된다. 일반국민 여론조사 득표내용을 살펴보면 그 뜻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황교안은 최종 50%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오세훈이 31.1%, 김진태는 18.9%를 얻었다. 여기에서 30%가 반영되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이 50.2%를 얻어 37.7%에 그친 황교안은 물론 12.1%를 얻은 김진태를 압도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반민심은 한국당의 ‘중도 외연확장’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정직하게 읽어야 한다.

‘중도 외연확장’은 ‘범보수 통합’의 가치와 어긋나는 개념이 아니다. ‘중도 외연확장’은 ‘범보수 통합’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매듭이요 접착제일 수 있다. 민심이 뒷받침하고 있는 이 같은 환경은 철저하게 국가와 민생의 질을 개선할 ‘미래 정책’을 펼쳐내야 할 당위성으로 연결된다.

김진태의 꼴등은 어설픈 선명성만으로는 ‘범보수 통합’의 기저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증명한다. ‘문 대통령 모두까기’ 합창만으로는 흩어져 있는 ‘보수 민심’을 결코 하나로 모아낼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미래를 책임질 미더운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깊이 깨우쳐야 한다.

원래 진보란 ‘자유’를 으뜸철학으로 놓고, ‘국가주의’를 해체하는 사상에서 출발해야 맞다.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보수가 ‘자유’를 말하고 진보가 ‘국가주의’에 집착하는 한국의 정치 현상에 고개를 갸웃댄다.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며 강력한 ‘국가주의(전체주의)’를 동원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조리 민중의 피맺힌 한만 남기고 무덤 속으로 처박혔다. 그 역사를 애써 외면한, 넋 나간 외눈박이 앵무새들의 노래가 난무하는 일은 참담하다.

황교안 대표는 자유·실용·경쟁·개방·통합 등 보수의 아름다운 이정표들을 새롭게 세워내야 한다. 극단보다는 ‘중도’, 비난을 위한 비난보다는 ‘대안’, 비관보다는 ‘낙관’, 부정보다는 ‘긍정’, 안주보다는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는 참보수의 모습을 일궈내야 한다. 특히 집권 정부여당에 대한 티 뜯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실한 대안을 꾸준히 제시하면서 감동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는 대안야당 전통을 세워내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온종일 정부여당 헐뜯는 형용사만 연구하다가 건듯하면 자극적인 플래카드 들고 길거리에 나서는 일로 할 일을 다 한 듯이 우쭐대는 야당 노릇에 국민은 넌더리가 나 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는 민심의 목마름에 정확하게 답해야 한다. 그것만이 ‘중도 외연확장’의 소명으로 ‘범보수 통합’의 긍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이다. 황교안의 제1야당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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