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SKY 캐슬의 질문 없는 배움

등록일 2019-01-30 19:55 게재일 2019-01-31 18면
스크랩버튼
김현욱시인
김현욱 시인

지난 25일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이 열린 날이다.

동시에 JTBC 드라마 ‘SKY캐슬’ 최종회가 결방된 날이기도 하다. SNS에서는 축구 때문에 ‘SKY캐슬’이 결방된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도대체 ‘SKY캐슬’이 뭐길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SKY캐슬’과 관련된 글들이 부지기수였다. ‘SKY캐슬’의 ‘SKY’가 뭘 의미하는지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학창시절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공부. 정작 공부의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공부란 도대체 무엇일까? 도올 김용옥 선생에 따르면, ‘공부(工夫)’는 영어 ‘to study‘의 번역어로 ‘도움을 주어서 공을 이루다’라는 의미다. 공부(工夫)의 어원은 ‘공부(功扶)’와 같은 것으로 ‘공(功)’은 ‘힘을 더해 이루어 내다’라는 말이고, ‘부(扶)’는 ‘돕다’라는 뜻으로, 이를 합치면 ‘성공에 이르도록 스스로를 돕는다’라는 의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에서 ‘스스로 돕는’것이 바로 공부다.

그동안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지겹도록 들었던 공부 좀 하란 말은 ‘스스로를 도와라!’는, 엄청난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앞으로 자녀와 학생들에게 ‘공부해라!’하지 말고 ‘스스로를 도와라!’라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했으면 좋겠다. 심오한 뜻이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말이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질문 없는 배움’에 대해 일깨워 준다. 장면은 이렇다. 성균관 유생들의 첫 수업 시간, 요강을 든 정약용이 교실로 들어선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맨 먼저 나온 질문이 ‘성적 처리’다. 정약용은 기다렸다는 듯 “내 수업 시간에 불통이 다섯이면 낙제, 수업이든 활동이든 성균관에서 낙제가 셋이면 출재와 동시에 청금록영삭(유생의 명부에서 삭제되는 일)인 건 알고들 있을 테고……. 그래서 준비했다.”면서 요강을 내밀고는 뇌물을 요구한다. 성적이라는 말에 긴장한 유생들은 금반지와 가지고 있던 돈을 요강에 넣지만 이선준이라는 유생은 문제를 제기할 기회를 엿본다. 정약용은 돈을 걷은 뒤에 요강에 든 색색의 천을 꺼내고 불꽃을 일으키고 사과를 꺼내 유생들에게 던져 주는 등 신기한 광경으로 유생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때 이선준 유생이 문제를 제기한다.

“그만두십시오. 지금은 논어재 시간입니다.” “이런, 못난 스승이긴 하나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네.” “한데 어찌 서역의 잡기로만 귀한 상유들의 시간을 탕진하십니까?” 그러자 정약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들고 있던 요강을 떨어뜨려 산산조각 내버린다. 그리곤 이선준의 질문에 답한다. “논어 위정편, 군자불기에 대해 강했네.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라, 진리를 탐하는 군자라면 갇혀 있는 그릇처럼 편견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강했네. 서역의 잡기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는 건 무슨 고약한 편견이며 정약용이란 놈이 서학을 좀 했다 해서 고전을 싫어할 거라는 무지몽매함은……. 참 용감하기도 하군.”(이하 중략)

서슬 퍼런 정약용의 말에 누워있던 문재신마저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성적 발표. 이선준만 통을 받고 모두 불통. 당혹해하는 다른 유생들의 질문에 정약용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다. 이 엉터리 수업에 불만을 제기한 유일한 학생이니까. 진리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 준 세상은 사라지고 없다. 스승이란 이렇게 쓸데없는 존재들이다. 허나 스스로 묻는 자는 스스로 답을 얻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이선준이 통인 이유다.”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