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대 식
목수건 한 장
목장갑 한 켤레
팔십 넘은 노인네들이
비가 긋는 산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섰다
나직이 무어라 무어라 말들을 한다
생은 저물어 예까지 와서
비를 맞는다
돼지고기를 설컹설컹 씹으며
장난스러운 도깨비들처럼 웃는다
끝이 보이는 화아한
그렇게 화아한
산역(山役)에 나선 80대 노인들의 모습 속에서 시인은 생의 소멸과 끝을 보고 있다. 목수건 한 장 목장갑 한 켤레에서 단촐한 소유를 느끼고 돼지고기를 씹으며 웃는 모습들에서 천진함과 단순한 그들의 생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세속적인 부귀영화를 버리고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도 그들은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시인의 눈은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