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여럿 사망하고 다치는 사고를 당하였다. 수능을 마친 지 한 달, 이제는 몸도 마음도 조금 쉰다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함께 자기체험학습에 나선 길이었다고 한다. 도대체 건물들은 어떻게 지었는지 도무지 안심하고 잠들기도 틀렸는 모양이다. 황망하게 세상을 달리한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한없는 안타까움과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안전에 관하여 이처럼 취약한 사회가 또 있을까 싶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우리는 걱정없이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다음 세대에게 든든한 공동체를 물려줄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다.
우선 학교. 수능을 마친 고3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법정출석일수를 지키느라 등교는 하는가 본데, 정상적인 수업과 교과의 진행은 되고 있는지. ‘자기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밖 여행에 나서는 일은 혹 고3의 교육에 잠시라도 손을 놓는 마음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까. 이제는 더 가르칠 무엇이 없다는 메시지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을 마치면 우리 공교육이 그 소임을 다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학사일정에 따라 졸업을 하고 교문을 떠날 때 까지는 학교가 책임있게 학생들의 앞날을 위해 가르치고 준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수능과 졸업 사이 고3 교육시스템에 관하여 우리가 더욱 심도있게 고심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대학에서 가르치다 보니, 해마다 맞는 신입생들에 대하여 동료 교수들이 걱정하는 소리를 제법 듣는다. 갈수록 학력이 저하되어 간다는 느낌이 있다는 것은, 혹시라도 저 수능 후 고3 교육이 학생들이 ‘배움’에 관한 긴장이 풀어진 탓은 아닐까 싶다. 수학과 물리를 비롯한 기초학력이 날이 갈수록 내려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초중고 12년 공교육을 잘 받아온 끝에 수능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것을 더 배우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혹 이미 배워온 것들도 심대한 손상 또는 망각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다. 대학입시제도와 관련하여 그리고 학생들의 지속적인 교육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학교와 교육계는 ‘수능 이후 고3 교실’에 대하여 보다 속 깊은 연구와 분명한 개선을 구상하여야 한다. 수능과 졸업 일정을 조정하는 일도 고려해 볼 일이 아닐까.
그리고 학생들. 현실을 아프도록 꼬집고 풍자하는 ‘SKY캐슬’ 등의 드라마가 있지만, 여러분에게 열릴 미래는 절대로 대학 간판으로만 해결될 단순한 세상이 아닐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본인이 성실하게 갈고닦은 실력과 능력으로만 승부하여야 할 것이며 이는 당신이 다닌 대학이 그 이름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를 그동안 물어 왔다면, 앞으로는 당신이 정말로 할 줄 아는 일이 무엇인가를 물을 것이다. 물론, 그간 수능준비를 위하여 온갖 노력을 경주한 수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배움의 긴장과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호기심을 놓지는 말아야 한다. 이제는 오히려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더 많이 읽고 익히며 폭넓게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사고가 터지면, 책임의 소재를 가리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그 목적은 결국 내 책임이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 땅의 청춘들이 채 피어보기도 전에 스러져 가도록 집을 짓고 방을 제공하는 사회는 실로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 적어도 다음 세대를 해치는 일이 이제는 없도록 안전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남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모두 각자 주변의 안전부터 세심하게 살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새 것을 만들기도 하지만, 있는 것을 지키는 일도 만만치 않다. 교육의 진정성이 살아나고 사회 안전망이 견고하여야 자신있게 미래를 꿈꾸고 오늘 편안하게 살아갈 것이 아닌가. 운명을 달리 한 젊은 영혼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다짐과 각오가 절실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