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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 전성시대

등록일 2018-11-30 21:07 게재일 2018-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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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요즘 정치권은 여야 모두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모양새다. 여당인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한국당대로 헤쳐 모이거나, 힘겨루기에 바빠 보인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벌써부터 권력투쟁 양상이 완연하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안-이-박-김의 가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대권 잠룡들의 수난사’로도 불리는 이 가설은 ‘안이박’ 즉,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잇따라 곤경에 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마지막의 김이 누구인지, 수난에 처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승자가 되는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긴 하지만 김씨 성을 가진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중 김부겸 장관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최근 행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 28일 오후 김 장관은 전날 한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한 사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을 찾아 고개숙여 사과했다. 이 자리엔 민갑룡 경찰청장도 동행했는데, 사법부 수장에 대한 경호·경비 책임을 맡은 행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 공감하는 목소리보다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서 여론을 너무 의식한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평가가 더 많았다. 김 장관은 또 이날 오전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방문해 최근 개설한 남북 접속도로 사업 현장을 살펴봤다. 이 역시 얼마 전 선글라스를 낀 채 전방 군부대를 시찰했다가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닮은 꼴 행보다.

이런 와중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업무영역도 아닌 경제문제와 노동문제에 대한 논평을 내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 수석은 지난 2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경제 성장 동력 강화 및 소득 양극화 해결에 부족함이 많기에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나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정치·정책은 결과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국민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민주정부답게 모든 비판을 감내·수용하면서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지켜보며 소처럼 신중하게 걷는다) 하겠다”고 적었다. 조 수석은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조 수석이 문재인 정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대를 메고 여론전에 나선 것”이란 해석과 함께 일각에선 “조 수석 주변에서 대권으로의 꿈을 부추기는 바람에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경제문제에 비켜서 있으려는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낙연 총리나 임종석 실장 등 현 정부의 주요 포스트를 맡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우 경제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노린 포석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2월 초에 있을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 친박계 잔류파, 비박계 복당파 등 계파간 이합집산으로 분주해 효과적인 대여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한 당내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전원책 전 조강특위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당내 조직혁신에도 제동이 걸려 당내 개혁과 보수통합이란 상반된 주제의 방정식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방선거 참패 이후 외부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통해 ‘보수의 재건’을 강조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눈길을 끌고 있는 정도다.

부모 자식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게 권력이라니 권력재편을 앞둔 여야의 자중지란이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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