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주변의 조건과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행복은 결국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생각하기에 따라서 같은 조건을 가지고도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을 터이다. 행복이 정말로 마음에만 달렸다면, 우리는 외부 환경을 더 좋게 만들거나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아도 그만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수고를 끊임없이 하고 있지 않은가. 왜 그러는 것일까. 이 물음에,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가 그의 책 ‘영원의 건축’에서 답하고 있다. “개인이 처한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개인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므로, 조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반드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도시는 우리의 삶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현대 도시가 성공에 이르기 위하여 고심하여야 할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도로와 교통, 생태와 환경, 범죄와 치안, 복지와 문화, 경제와 세수, 산업과 자연, 개발과 보존…. 이 모든 과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현대 도시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일은 가히 종합예술의 경지인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운영하고 조절하는 일은 경영적 마인드 뿐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배려도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야 하는 이들 가닥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성공에 이른 도시들은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그렇게 끌어모으는 것일까. 그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까닭으로 그 곳에 사는 일에서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금방 떠오르는 좋은 도시들에는 ‘그 한가지’가 있다. 파리에는 ‘문화적 분위기’가 있으며 뉴욕에는 ‘현대적 감각’이 있다. 싱가포르에는 ‘깨끗한 질서’가 있으며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가 있다. 카사블랑카에는 ‘이야기’가 있으며 예루살렘에는 ‘성스러움’이 있다. 우리 나라의 수도, 서울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 있다. 그렇게 다 있는 게 오히려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 한 가지로 다른 모든 것들을 꿰어낼 초점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에는 그런 게 없다. 조금씩 다 차려놓은 밥상에는 정작 먹을 게 없다. 먹고 나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포항은 어떤가. 아주 조금씩 또 다 있다. 이 나라의 도시들은 서로서로 보고 배워 조금씩 다 가져다 놓는 일에는 선수들이다. 이 도시만의 ‘그 한 가지’가 보이지 않는 만물상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고장의 문화는 사라지고 전통은 뭉개지며 조금씩 다 보이지만 눈에 잡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포항시는 최근 도시 행정의 난맥상이 지적되고 있다. 도시계획의 수립과 운영, 도시 주민과의 소통과 조절 등에 있어 돌아보아야 할 가닥들이 보이는 것이다. 권한과 책임의 소재를 살피고 밝혀서 적절하게 처리하고 대응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도시는 어떤 도시로 만들어 갈 것인지 ‘그 한 가지’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으로 만들어 가야하며, 그럴 때에 도시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 한 가지’가 도시의 지향점이 되어야 하고 철학이 되어야 한다. 그 하나를 한 가운데 두고 나머지 모든 것들과 조화로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너무 많은 주제들을 담으려 하다가 어느 것 하나도 주지 못하는 도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 한 가지’를 찾아낸 다음, 이를 그 모든 다른 것들에도 보이도록 새겨 넣어야 한다.
이 도시를 한 가지로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데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 한 가지만 이야기해야 한다. 그 하나로 포항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해야 한다. 그 하나로 포항의 시민들이 행복해야 한다.
서울은 무엇인가.
포항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