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 거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고 있다. 부럽다는 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게 아닐까. 부러워할 뿐 아니라 사실은 흉내내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하긴, 따라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뭘 해도 멋있는 사람이 있고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며 잘 버는 사람이 있다. 어차피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거라면, 나도 한번 그렇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비결이 궁금하고 그걸 알기만 한다면 따라 해 보고 싶다. 그런데. 따라 할 수 있을까? 그런 비결이 과연 있을까?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어렸을 적에 주변을 둘러보고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사람들이 만들었네!’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도 무엇인가 새로운 무엇을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그래서 들었다는 것이다. 학생에 불과했던 그 자신과 하나도 다르지 않을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생각. 그런 생각이 비범한 결과를 낳았다는 건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에게도 부러웠을 사람이 많았을 가운데 정작 스티브 잡스는 그만의 세계를 만들고 떠나지 않았는가.
아무리 부러워도 그냥 그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다가 간다면, 우리가 여기 살아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겨우 복사본같은 인생을 살려고 태어났을까. 당신이 살고 간 자리가 그 이전과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다면, 그거야말로 허무한 놀음이 아닐까. 내가 이곳에 있었던 덕에 무엇이라도 새로운 일이 생기고 처음 보는 사건이 벌어지며 더 나은 물건이 나타난다면. 그렇게 한번 살아볼 수 없을까.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아이돌그룹 BTS가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남다르지 않은가. 음악을 선율과 리듬이 만드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생각을 바꾸어 달라고 외치는 듯하다. 그들은 음악인으로만 존재하기 보다, 이제 의미와 그 깊이로 세계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메시지와 ‘당신의 목소리를 찾으시라’는 요청을 UN총회 연설에서만 아니라 그들이 만드는 음악에도 힘있게 싣고 있다. 남들이 만들어준 생각을 따라 사는 동안 힘들고 피곤했지만, 스스로의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드디어 즐겁고 의미있는 세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접한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의 젊은이들이 그들이 던지는 생각에 감동하며 크나큰 격려와 힘을 얻는다고 한다.
세기의 과학자로 알려진 아인슈타인도 ‘상대성이론’이 상상력의 결과였다는 놀라운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고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로 그런 업적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마음 가는대로 느낌과 감흥을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상상력’이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정확하게 계산하는 일이 따라왔겠지만, 그것은 ‘생각의 틀’을 상상 가운데다 만들어 낸 이후에 진행된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세기는 우리에게 ‘모방과 추격’의 시간이었다. 뒤처지고 낙후한 처지에서 잘 나가는 세상을 따라잡기에 급급하였다. 이제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누군가 따라갈 대상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돌아보니 이제는 우리가 끌고 가야할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그리고 국제관계. 그 어느 곳에든 우리가 설 자리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올곧게 세워야 할 책임이 이제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맨 앞자리에서 ‘창의와 상상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그걸 저렇게 어린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만든 세계’를 부러워 하고 따라가기 보다, 이제 어깨를 펴고 ‘당신의 목소리’를 찾으라는 저 요청은 바로 나에게 하는 소리가 아닐까. 세상은 ‘상상력’으로 바뀐다는 걸 이미 알았던 아인슈타인과 이제라도 ‘나의 목소리’를 찾으라는 저 일곱 청년이 던지는 생각을 오늘 한 번 되짚어 보자. 자신있게 내게로 옮겨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