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우
밥 잡채 닭도리탕 고등어자반 미역국
이토록 많은 종족이 모여 이룬
생일상을 들다가 문득, 28년 전부터
어머니를 먹고 있다는 생각이
시금치 닭 고등어처럼 이 별에 씨뿌려져
물과 공기와 흙으로 길러졌으니
배냇동기 아닌가
내내 아버지와 동침했다는 생각이
지금 먹고 있는 닭 한 마리
내 할아버지를 이루었던 원소가
누이뻘인 닭이 깊은 곳을 이루고
누이와 살을 섞은 내 핏속엔 지금
누대에 걸친 근친상간의 밥상
비켜갈 수 없는
무저갱의 밥상 위에 발가벗고 올라가 눕고 싶은 생각이
어머니가 나를 잡수실 수 있게 말이지요
세상의 모든 물질들이 얽히고 얽혀 서로의 관계가 긴밀하고 순환된다는 원리를 가계의 밥상에서 찾아내 ‘모성’의 육체적 정신적 희생이 얼마나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 세상의 모든 모성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고 순환되면서 희생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