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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갈등 불씨 되살려선 안 돼

등록일 2018-06-29 20:59 게재일 2018-06-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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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부울경)지역을 중심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가 ‘동남권 관문 공항에 걸맞은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의 TF(태스크포스) 구성’에 합의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12년간이나 영남에서 지역갈등을 양산했던 화약고 같은 테마다. 또다시 정치적 갈등 망령을 불러내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신공항 재추진 불가’ 방침 표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소속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은 기어이 고약한 지역갈등 불씨를 되살렸다. 이들은 지난 26일 울산에 모여 가덕도 신공항 추진 의사가 포함된 ‘동남권 상생 협약문’을 체결함으로써 무한 소모전의 암운을 일으켰다.

이 자리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까지 참석해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어려운 불길한 징조다.

한국당 유기준(부산서구동구) 의원마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이 문제가 지역정서에 편승한 표(票)퓰리즘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다. TK(대구·경북) 정치권은 전반적으로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특히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마저 풀지 못한 지역의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부울경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응하는 간담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한국당 김상훈(대구서구) 대구시당 위원장은 “정략적 갈등구도에 휘말리기 때문에 (대응을)자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한국당 곽대훈(대구달서갑) 의원은 “신공항 재추진 당사자들이 문재인정권 실세여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윤재옥(대구달서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시점에 다시 꺼내서 혼란을 부추기는 저의가 극히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홍의락(대구북구을) 의원은 “이렇게 된 이상 밀양 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아예 맞불을 놓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과거 신공항 논란 때 대구시·경북도, 울산시·경남도(4)와 부산(1)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4대1 구도였다면 지금은 ‘대구·경북’ 대 ‘부·울·경’으로 판도가 바뀐 상황이다.

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으뜸공약으로 내세워 표심을 얻은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남권 민심을 남북으로 철저하게 갈라 치려는 정략적 음모마저 어른거리는 이 같은 흐름은 국가발전에 백해무익하다. 10년이 넘도록 소지역주의의 포로가 되었던 무한소모전 블랙홀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선 절대 안 된다. 부울경 정치인들의 각성과 TK 지역의 슬기로운 대처, 그리고 정부당국의 신속 단호한 정리가 절실하다. 더 늦으면 아주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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