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마다 인사를 받는다. 시가지 중심도로 길목에서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거리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지난 달 25일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마감되면서 지역별 선거 대진표가 짜였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충성을 다해 주인을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읍소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 ‘머슴’을 자처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머슴론에 대해 “머슴의 역할은 성과를 보고 그때 가서 주인이 정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머슴이 역할을 제 맘대로 정하는 건 주권모독”이라고 설명했다.
머슴은 농경산업시대에 지주나 부농의 집에 상시 고용돼 농사일이나 허드렛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는 일꾼을 말한다. 머슴이란 단어에는 “주인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현대산업사회에서 직업군이 다양화하면서 머슴이란 용어는 거의 사라졌지만, 유독 선거철만 되면 다시 살아난다. 그것도 서로 머슴이 되겠다고 아우성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 총 9천316명이 등록을 마쳐 평균 2.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북의 경우 도지사 4대 1, 기초단체장 3.6대 1, 광역의원 2.5대 1, 기초의원 2.2대 1을 각각 나타냈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자신의 이력서를 공개하고 앞으로 어떻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을 설득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들 가운데 진정한 일꾼을 가려내야 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밝은 눈’으로 출마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유권자들이 스스로 선택해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인물을 뽑아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지만, 그 지위에는 항상 권력이 뒤따르게 된다. 후보자들이 선거 기간 동안 ‘충복’이 되겠다고 읍소를 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차지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지역주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일꾼을 선택하는 일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비록 옥석을 가리는 선택이 어렵지만,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토대로 청렴성, 도덕성, 리더십, 가치관, 역사의식, 업무능력 등의 다양한 지표를 면밀하게 따져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예로부터 지도자의 첫 번째 덕목으로 청렴성을 꼽는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청렴함은 관료들의 본 업무이고 행정업무의 으뜸이고 관료들의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부패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을 어기거나 남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부도덕한 후보도 경계해야 한다. 복잡한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이끌어가는 합리적인 리더십과 탁월한 업무능력,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내일처럼 전심전력을 다해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한 품성 등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 150번의 선택 상황에 놓이고, 이 가운데 올바른 선택은 겨우 5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선택의 상황에 놓이지만 올바른 선택보다 실패하는 선택을 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 얘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만큼 선거에 당선된 뒤 주인을 업신여기거나 군림하지 않고 주인을 충성으로 섬기는 충복(忠僕)을 가려내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