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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논란

등록일 2018-04-06 21:08 게재일 2018-04-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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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이인제 전 충남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을 내세우자 `올드보이`논란이 한창이다.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 연출에 최민식·유지태·강혜정 등이 주연한 영화이름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15년 동안 사설 감금방에 갇힌 한 남자가 자신을 감금한 사람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장르의 한국 영화다. 근친상간이란 터부를 복수의 모티프이자 해결책으로 삼고 있는 이 영화의 제목 `올드보이`는 오대수의 딸인 미도(강혜정)가 오대수(최민식)를 부르는 호칭이다. 영문도 모르고 15년동안 사설 감금방에 갇힌 주인공 올드보이가 자유한국당의 미래상을 반영하는 듯 느껴져 가슴 서늘했던게 나뿐일까 싶다.

어쨌든 당내외의 연이은 비판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특유의 거친 애드립으로 또 한번 구설수를 불렀다. 그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라고 정면으로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올드보이` 공천이 보수층 결집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좌파 폭주로 체제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안보위기, 경제 청년실업위기, 사회주의 체제 변혁 시도에 자유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라고 특유의 색깔론을 펼쳤다.

홍 대표는 또 “탄핵대선 때와는 달리 보수 우파들의 결집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혁신, 우혁신으로 새롭게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난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6.13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했다. 당 대표로서 당원들을 이끌어가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형세와는 맞지않는 색깔론을 제기하고, 보수 우파를 지지하는 중산층들이 느끼는 박탈감과는 괴리가 있는 상황인식을 보여주는 것 등은 오히려 보수당에 거는 기대를 떨어뜨린다. 인물에서나 당 운영에서도 혁신보다는 구태가 도드라진 요즘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경선은 물론 전략공천에서도 눈에 띄는 삼삼한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말 그대로 오래전 검증이 끝나 더 이상의 차기를 기약하기 어려운 `올드보이`들이 판을 친다. 한국당에는 `인물이 그리 없나`하는 탄식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의 한 택시기사는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 나설 참신한 후보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해 차기를 장담못하는 올드보이들을 공천한다는 소식에 자존심상하고, 분통이 터진다”라고 토로했다.

반면에 여당은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전도유망한 김경수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 배지를 던지고 불리한 형세의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고, 지방선거 승패의 바로미터인 서울시장 선거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이 도전장을 내 박원순 현 시장과 흥미진진한 경선구도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밖에 4선의원에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은 당권에 도전할 채비에 나섰고,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알려진 3선의 최재성 전 의원 역시 서울 송파을에서 보궐선거로 국회재입성 후 당권을 노리고 있다. 여당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86세대로,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당 공천과정을 지켜보던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작심한 듯 당 대표의 `꽃길 행보`에 불만을 털어놓는다.“당 대표란 사람이 국회입성이 손쉬운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으려 오만 꼼수를 다 쓴 데서부터 잘못됐다”는 요지다. 당을 위해 헌신해야 할 생각이었다면 후보를 찾지못해 고민스러웠던 서울시장 등 격전지에 자원해 출마하는 자세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는 꽃길을 걸으면서 다른 이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니 설득이 먹힐 리 없다는 쓴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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