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지사 핵폭탄급 악재에<bR>여권 “어떻게 이런 일이…”<bR>하루 만에 제명 조치에도<bR>도덕성 치명타 입어 `휘청`<bR>한국당 등 야권 “좌파진영<bR>이중 잣대 민낯 드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알려지자 대다수 국민들의 입에서 나온 일성이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란 핵폭탄급 악재가 터진 6일 정치권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특히 3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지각변동에 가까운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여권 일각에선 여권의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지방선거에서 `9+α`의 압도적 승리를 기대했던 목표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충남지사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대다수 후보들이 `포스트 안희정`을 자처하며 안 전 지사의 성과를 치켜세우며 계승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충남지사 도전에 나서 여론조사상 수위를 달려온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패닉상태다. 박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안희정 (전)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며 “이 시점부터 도지사 예비후보로서의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한다. 어떻게 해야 충남도민께 사죄드릴 수 있을지 성찰하겠으며 그러한 내용과 방법에 결심이 서면 말씀을 올리겠다”고 `선거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력한 차기 잠룡으로 꼽히던 인사가 하루아침에 최악의 성추문에 휘말리며 정치적 사망에 이르자 긴급하게 안 전 지사를 당에서 제명·출당 절차를 밟았지만 사태 진화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전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민주당은 이날 오전에 잡힌 공식 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원내 지도부만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분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안 전 지사가 성폭행으로 형사처벌을 앞두게 된 사건을 놓고 말문이 막힌다는 반응이었다. 한 관계자는“이번 사태 앞에서 정신이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충남지사 후보를 아예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은 조금 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셈이다. 민주당은 일단 이날 오전`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별도의 성폭력범죄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이번 사태를 포함해 국회 전반의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는 진보 진영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 도덕성에 심대한 치명상을 입었고,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진보 진영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이라며 “야당도 이번 기회를 잡아 지방선거에서 반전 분위기를 마련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좌파 진영의 총체적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극치”라며 “미투를 이야기하면서 또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맹비난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겉과 속이 다른 좌파 진영의 이중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민주당의 성 문제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며 “자신들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자신들이 빠져있는 집단적 도덕적 해이의 민낯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보 진영 전반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비하 표현으로 논란이 있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거취를 고리로 현 정권의 도덕성까지 비판했다. 홍지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미투 인사`가 왜 이렇게 많은가”라며 “지금 여권엔 미투 당사자와 부역자가 판을 친다. 탁현민 행정관을 보고, 문 정권을 지지한 진보 인사들을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도 탁 행정관 문제를 재론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반성하고 사퇴한다고 해서 자신이 재임 중 저질렀던 범죄 행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가 지금도 탁 행정관을 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신호이고, 문 대통령이 빨리 사퇴시키는 게 국민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지사를 비롯해 국회 보좌진 성추행 사건 등 `미투(Me too)` 바람이 자칫 흑색선전으로 쓰일 경우 정책경쟁이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투운동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선거판에서는 자칫 악용이 우려된다”면서 “가해자로 지목되면 해명이나 항변할 새 없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미투운동이 흑색선전으로 악용되는 폐해를 막을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