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교수“ WTO 승소 해도 강제성 없어”<bR>현대제철 올초 `반덤핑 관세 철회` 일부 승소<bR>넥스틸·포스코 등도 현지에서 소송 진행 중
미국의 고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하는 제소보다는 미국내 법원에 제소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 높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기업이 WTO에 제소해 설사 승소한다해도 미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미국내 법원에서의 승소는 삼권분립이 철저한 미국 정치구조상 법원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 탈퇴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WTO에 미국을 제소해 승소한다해도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들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은 2013년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부과한 반덤핑·상계관세를 WTO에 제소해 2016년 승소했지만 미국은 관세를 내리라는 WTO 결정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까지 발동하는 등 WTO의 승소 결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WTO 제소는 승소를 해도 미국 정부가 따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며 “개별기업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하고 정부가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WTO보다는 미국 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은 1980년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미국 법원에 제소해 승소했고, 피해를 보상받은 바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현대제철이 2016년 미국 법원에 반덤핑 관세를 철회해 달라고 소송을 냈고, 올해 초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사례가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현대제철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재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10월 미국 내 철강업체가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가 특혜라며 CIT에 제소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국내 철강업체 중 미국에 유정용 강관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넥스틸 역시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4년 미국 상무부가 PMS(특정시장상황) 조항을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CIT에 즉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다. 이 밖에 포스코, 현대일렉트릭, 금호석유화학 등도 반덤핑·상계관세와 관련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중이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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