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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철강 압박에… 포항 2곳 `혼수상태`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8-02-27 21:09 게재일 2018-02-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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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넥스틸 대미 수출<BR>전체 수출의 20·80% 차지<BR>53% 고관세案 현실화 땐<BR>현재도 불황 지역경제 `타격`<BR>정부에 대책 촉구 더불어<BR>신흥시장 개척 등 눈 돌려

“미국 상무부의 유정용강관에 대한 53%의 고(高)관세 권고안은 앞으로 미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폭탄선언인 셈이죠.”

포항철강공단 내 넥스틸의 고위 간부 A씨가 불쑥 내뱉은 말이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유정용강관 수출을 많이 하는 업체 두 곳이 모두 포항철강공단에 있다. 넥스틸과 세아제강이다. 이들 업체는 포항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주축대열에 속하지만 이번 미국의 53% 고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 진출을 서둘러 온 세아제강은 그나마 희미한 돌파구라도 보이지만 그동안 현지공장 설립을 검토해 온 넥스틸은 앞이 캄캄하다. 포항공장을 뒤로 하고 미국 현지공장 설립에 매달려야 할지, 아니면 미국을 포기해야 할지를 놓고 경영진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커진게 아니다.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 되면 포항공장은 사실상 접어야 한다.

이들 2개 업체는 그동안 포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세아제강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에 이은 매출 4위 업체이고, 넥스틸은 국내 강관업체 가운데 유정용강관을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견업체다. 이들 업체의 위기는 곧 포항경제에도 직격탄을 안겨주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오는 4월 11일 미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어 아직까지는 포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의 한미관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 이전에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협상카드`를 내놓는다면 국면 전환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미국 셰일가스 수입 방안 등이 정부가 내놓을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 상무부의 `무역확장법232조`에 따른 관세 53%가 부과될 경우 세아제강과 넥스틸 2개 업체의 연간 피해액은 약 8천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아제강의 경우 2016년 말 기준 대미 수출액은 전체 매출의 20% 수준. 세아제강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2천899억원으로 이중 대미 수출액은 약 5천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단순 추정된다. 즉 대미 수출길이 막힐 경우 전체 매출액의 25%에 이르는 연간 6천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넥스틸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거의 미국 수출에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매출액 2천851억원을 적용하면 연간 피해규모는 2천3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는 없을까.

넥스틸과 세아제강은 “올 것이 왔다”고 체념하면서도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 측이 유독 한국 업체에만 이 같은 폭력적인 고관세조치를 퍼붓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자 이제는 신흥시장인 베트남에 눈을 돌리고 있다.

넥스틸은 이번 미국 상무부의 조치로 미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 설립하려는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태국공장과 함께 포항1·2공장 총 5개 생산라인(연산 72만t 규모) 중 12만t 규모의 생산라인 1곳을 이동할 계획이다. 넥스틸은 다른 국내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예비판정 8.04%에서 3배 넘게 증가했다.

세아제강은 2016년 말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유정용강관 제조 및 프로세싱 업체 두 곳(라구나튜블라 프로덕트 코퍼레이션, OMK튜브)의 자산을 인수, `SSUSA(SeAH Steel USA, LLC.)`라는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또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연짝지역에도 연산 7만5천t급 강관공장을 현재 건설 중이다.

세아제강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현지 철강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지만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베트남 철강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강관업체들이 당장 미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데 있다. 정부나 청와대가 나서지 않는 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업계의 고민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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