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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방식과 교육혁신, IB를 도입하자

등록일 2018-01-31 21:06 게재일 2018-01-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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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섭 변호사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제주도교육청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최근에는 서울시교육감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교육감들이 앞다투어 도입을 주장하는 것일까.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본 떠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에서 만든 교육과정 및 시험이다. 이 과정은 풀이과정을 중시하고 자신의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 주관식 과제해결형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융합능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고 평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브랭스홀 등 국제학교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교육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실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는 이미 일본에서 교육개혁을 위한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바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IB교육과정을 일차적으로 200개 학교에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공교육에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교육방법에 있어서는 암기와 주입식 교육을 실시했고, 평가방법에 있어서는 객관식과 선택형 시험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이와 같은 교육방식은 우리가 패스트 팔로업(추격자)모델의 국가일 때에는 의미가 있었다. 선진국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지식, 학문, 산업을 빠르게 따라 배워서 추격하여야 하는 시기에는 창의성, 사고력보다는 정확성, 암기력이 더 중요했다. 선생님의 모든 가르침을 노트에 필기하여 정확하게 암기하고 복기해내는 능력이 중요했고, 이것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낡은 지식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스스로 또 협력을 통해서 빠르게 배워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창의력이 중요하게 됐다.

단순한 주입식·암기식 지식이나, 사고력 없이 반복적으로 훈련된 연산능력을 요구하는 지금의 교육·입시제도를 통해서 키워낸 인재가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시대에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에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도 프로젝트 수업(PBL)과 자유학기제 등을 통하여 `교육방식`의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방식의 개혁은 객관식·단답형의 `평가방식`인 수능의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일선 학교에서의 차원에 이르면 형식적 개혁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수시평가(학생부종합전형)가 공정하지 못하고, 준비부담이 너무 크고, 깜깜이 전형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수시평가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수시평가가 본인이 관여할 수 없는 부모의 경제력, 고교의 유형 등에 따라 대학입학의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각도로 교육개혁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 지역도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를 도입하면 어떨까.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가 `교육방식`의 개혁과 `평가방식`의 개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를 도입하기 위해 IB 교육과정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채점자들을 훈련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정부는 대학에서 IB졸업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지역에 가난한 학생들이 많은 곳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함으로써 교육의 기회균등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고, 학생들이 IB교육과정에 적응하려면 열심히 스스로 공부해야 하므로 사교육의존도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IB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에 유일한 답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여러 가지 답 가운데 유력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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