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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 소녀의 꿈은 시가 되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7-12-19 20:46 게재일 2017-12-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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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보리죽으로 <BR>일곱 남매 끼니 연명하던<BR>시절에도 놓지 못했던<BR>배움의 한과 꿈,<BR>인고의 세월을 지나 <BR> 문학도로 꽃피다

지역출신 늦깎이 만학도인 최정은 시인이 첫 시집 `시간을 앞당긴 남자`(월간문학출판부 펴냄)를 최근 발간했다.

최정은 시인은 경주시 안강읍 홍천동 출생으로 개명 전 이름은 화순이었다. 5남 2녀의 둘째로 태어나 시래기보리죽으로 일곱남매가 겨우 끼니를 연명하던 가정형편과 딸에 대한 편견으로 2년 동안의 초등학교 생활도 사치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배움의 길과 문학의 꿈도 접어야 했다. 놓지 않은 배움의 한과 꿈은 인고의 세월로 예순의 문턱에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독학 검정고시로 초, 중등과정을 마치고 인문고등학교로 진학, 고교과정을 끝낸 후 현재는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배움에 대한 남다른 갈망과 꿈을 향한 각고의 노력이 예순일곱의 결실로 맺혔다.

최정은 시인은 제12회 체신청 전국 어머니 편지쓰기 대회 수상 및 여성신문사 글짓기 대회 수상, 시 마을 문학회 문학 특기상 수상 등을 통해 필력을 주목받고 62세에 사단법인 새한국문학회 `한국문인`의 시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계간문예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서울 성동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 시집인 `시간을 앞당긴 남자`는 불혹의 나이에 간경화라는 병마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허탈한 생과 애잔한 세레나데로 표제시가 된다. “눈뜨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고단한 낮달의 가장이 되었다/…./ 먼 여행 길 제 식구 남겨 놓고/ 감지 못한 눈 허공에 멈춰 있고/ 쌓였던 휘파람 한 번에 토하며/ 그 먼 길도 불혹에 앞당겨 버렸다.”

김송배 시인(국제PEN한국본부 고문)의 작품해설을 통해 본 최 시인은 시간과 공간의 실체험을 통해서 우리 인간들의 애환을 적시하는 작품들을 많이 창작했는데 이를 외적 사물인 자연환경과도 연계해 시법에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실생활의 애환에 대한 인식은 바로 그가 주창하는 사모곡들에서 잘 나타난다. 누구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존재 의식이 중요한 명제로 남아 있겠지만 최정은 시인은 모정을 남다르게 부각하고 있다. “…. 된장 냄새에 몰려들어 바글거리던/ 하얀 장가시가 콩잎에 붙어/ 입안에 꼬물거려도/ 건성으로 맞물려 있던 틀니는/ 감지하지 못했다/ 중략(中略)/ 쏟아져 나온 애기똥풀꽃/ 온방에 도배를 해놓은 채/ 나를 깨워 한 아름 안겨주었던/ 그 꽃에는 구린내가 없었다/ 내 어릴 적의 꽃도/ 엄마의 코에는 냄새가 없었을까?/ …. ”

시집은 1부 `야그 레이저`, 2부 `버팀목`, 3부 `매듭 없는 삶의 끈`, 4부 `왕십리 역`, 5부 `비만을 자르다`로 구성돼 총 8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최 시인의 은사인 홍금자 시인(국제PEN한국본부 이사)은 축사에서 그를 “예지가 있고 부지런한 시인”이라고 했다. 그것은 스승으로서 그의 문하생활이 어떠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흡한 자신을 두드리고 깨워서 이제야 작은 그릇에 담아 본다”며 여운을 남긴 채 말을 잇지 못하는 최 시인의 가슴 저민 애환들이 많은 이들에게 빛과 희망의 소리로 전해지길 바란다.

최 시인은 독자와의 대화를 위해 『hwa51@naver.com 010-3775-1041』로 창을 열어놓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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