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끝났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을 빼고 나면 잡다한 소란과 뒷말만 남긴 야릇한 정상외교가 아니었던가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무리 되짚어 봐도 양국이 합의한 `4대 원칙` 자체가 걸쩍지근하다. 무엇보다도 대략 중국의 입장만 빼곡하고 그 어디에도 혈맹 미국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가 없다는 점이 요상하다.
두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용`, `한반도 비핵화 원칙 견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한 간의 관계개선 필요` 등으로 요약된다. 일리 있는 내용이지만, 북한의 협박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맹방 미국의 정서는 그림자도 찾기 어렵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미국에 대해 `절대로 군사옵션 운운하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대해 한국이 연명 부서해준 구차한 `합의문`으로 읽힐 수도 있다. 북핵문제에 관한 한 중국의 실체는 말리는 척하는 `시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닌척하면서 실제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고 있다는 의혹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에 있어서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존재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미국이 북한을 변화시킬 방법을 끝내 찾지 못하게 된다면 중국은 `4대 원칙` 합의문을 들고 무슨 횡포를 부릴지 알 수 없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송유관 차단을 촉구했다는 전언은 없다. 그렇다고 합의사항에 전 세계를 향해 `겁박`을 일삼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꾸짖는 대목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남긴 어질더분한 잡음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들을 퍼트리고 있다. `국빈방문`이라면서도 공동성명이 없었고, 만찬조차 `비공개`였다. 국빈인 문 대통령은 몇 끼인가 혼밥 신세였다. 결정적인 것은 한국의 수행 사진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일이다.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 행태라는 해석도 난무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번 회담을 놓고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자찬하고 있다니 이 무슨 엇박자 해몽놀음인가.
정말 짜증나는 일은 문 대통령의 방중외교를 놓고 벌어지는 막말 정쟁양상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본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조공외교`와 `알현`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빈축을 샀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외교적 대형 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구걸외교`라는 비판을 가했고,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삼전도 방중`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대통령 수행기자들이 몰매질을 당한 사건에 대해서 참여정부 홍보수석을 지낸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는 `맞아도 싸다`는 식의 글을 올려 온 국민의 부아를 폭발시켰다. 진보언론들은 야당과 보수언론의 반응을 되잡아 까기에 여념이 없다. 또 하나의 새 먹잇감을 놓고 이 나라 여론은 죽고살기식 멱살잡이에 빠져들었다.
우리에게 `중국`이란 어떤 존재인가. 수 천년 우리 민족을 핍박하고 수탈한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저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권을 농락하는 고약한 이웃이다. 비밀지도에 한반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금 그어놓고 있다는 소문도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 제아무리 힘 자랑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으려고 하지만 중국의 수준은 여전히 미개하다는 진상이 여실하다.
심술 많은 여우가 두루미를 만찬에 초대했다. 그러나 기대를 갖고 여우 굴로 찾아간 두루미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여우는 모든 음식을 얇은 접시에 담아내어 긴 주둥이를 가진 두루미를 골탕 먹였다. 이솝우화에서는 두루미가 여우를 다시 초대해 호리병 속에 고기를 담아내어 복수한다. 문재인정권은 어찌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처지가 두루미만큼이나 녹록한가. 아니, 이 정권에 그럴 정도의 자각과 결기가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