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 않아 이재민도 안돼<BR>여진 등 건물 붕괴 위험에도<BR>계약기간 남아 이사도 못해<BR>북구지역 2만여명 `발동동`<BR>건물주도 당혹·난감 토로
“갈수도 없고 갈곳도 없다”.
`11·15 포항지진` 피해를 당한 포항 시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하는 가운데 함께 피해를 본 원룸 세입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건물주들 역시 파손된 건물의 보수·보강에다 세입자들의 전세반환 요청에 시달리는 등 원룸 전세파동이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개월에서 1년 단기간 월세 계약을 한 세입자 대부분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이재민으로 분류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 북구지역에 건립된 다세대주택(원룸)만 대략 2천100여 채에 달한다. 대부분 3~4층 규모의 건물로 건물마다 약 10~20세대의 원룸이 세입자들에게 임대되고 있다. 실거주자를 1인 가구로만 환산해도 약 2만명의 세입자들이 북구 지역 내 원룸에 머물고 있는 것. 수많은 원룸 세입자들은 `11·15 포항지진`과 여진으로 심각한 불안 증세를 느끼고 있음에도 정작 피신할 곳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부딪혔다.
특히 지진에 취약하다고 지적된 필로티 구조에 사는 원룸 세입자들은 건물 파손과 붕괴에 대한 불안감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싶은 심정이지만, 계약 기간에 묶여 있어 이사도 못하는 실정이다.
가까운 지역에 피신할 곳이 없는 일부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원룸으로 돌아와 불안에 떠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포항 북구 장성동의 한 원룸에 입주한 정모(30)씨는 지진을 겪은 후 피해가 적은 남구 지역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부동산과 건물주에게 월세 계약 해지를 문의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에서는 건물에 발생한 실금과 틀어진 문 등의 적은 피해로는 계약 기간 만료 전에 방을 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물주 측에서도 `보수·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문자로 보내면 접수 처리하겠다`는 연락만 왔을 뿐, 불안감을 느끼는 정씨에게 계약 기간 동안 거주해야 하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에 정씨는 “오늘(19일) 새벽에도 여진이 발생해 불안감을 계속 느끼고 있는데 정말 살 수가 없다”며 “원룸촌에 실거주자들을 위한 대책도 진행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룸촌 실거주자들이 지진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임대·임차인 간에 계약 해지 등의 중재를 해주거나 이재민으로 분류해 피신할 곳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눈에 보이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시민들도 함께 보살펴달라”고 호소했다.
북구 덕산동 원룸에 살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모(42·영덕군)씨도 “월 31만원에 세들어 사는데 원룸이 위험하다지만 주거비 부담이 안돼 당장 떠날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진을 겪은 원룸촌 내 건물 소유주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임차인들로부터 계약 해지 요청하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다 파손된 건물의 보수·보강까지 해야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장성동 원룸촌의 한 건물주는 “임차인과 마찰을 빚기보다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우리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재난에 대해서 행정 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시에서 파손된 건물에 대해 지원 대책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돌던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전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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