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옥
황망하게 떠나갔네
후두둑 소낙비처럼
가슴에 빗금 긋고
잡지도 놓지도 못한
신기루 그 사랑은
사랑의 속성이 아닐까. 잠깐 스치지만 옷깃이 젖고 흔적을 남기는 여우비 같은 것. 금 속에 숨어 있다 햇살 속에서도 갑자기 후두둑 내리는 여우비는 사랑하는 일과 꼭 닮았다는 느낌을 시인은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신기루 같이 반짝이고 지나지만 그 느낌과 흔적을 쉬 지울 수 없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시인의 깊은 눈은 그 순간의 아름답고 혹은 차가운 잔영들을 놓치지 않고 가만히 그려내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