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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産 H형강 놓고 철강 빅 3사 대립각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7-09-20 20:58 게재일 2017-09-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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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올 상반기 9만t 수입… 작년의 3배 넘어<Br>동남아시장서 판로 확보 못해 국내로 대량 유입<Br>현대·동국 “中, 반덤핑제재 철회 요구할까 걱정”

포스코 베트남産 저가 H형강 수입을 놓고 포스코와 경쟁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가 올 상반기 동안 베트남産 저가 H형강 수입량을 지난해보다 3배나 늘렸기 때문이다.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반(反)덤핑 제재까지 하면서 중국産 H형강의 저가 공세를 막았지만 포스코의 베트남産 수입은 막지 못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산 H형강 총 수입량은 8만9천633t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천83t에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베트남산 H형강 물량은 지난 2015년 하반기 7천204t을 기록한 이후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수입됐다.

베트남산 H형강 수입량이 늘어난 건 포스코가 베트남에 설립한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부터다. 포스코는 2014년 베트남 철강 시장을 개척하고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 남부에 연산 100만t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설립했다. 이듬해 상업생산을 시작한 뒤 점차 물량을 늘려 올해 상반기 생산량은 43만t을 기록했다.

문제는 포스코 베트남 법인이 동남아 시장에서 마땅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현지에서 생산된 물량이 국내로 대거 들어오고 있는 점이다. 동남아 시장은 값싼 중국산이 꽉 잡고 있어 그 틈새를 파고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처럼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이 늘어나면서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생산업체와 포스코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베트남산 H형강의 판매 가격은 t당 74만원으로 국내 제품보다 4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포스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산 저가 H형강을 제소해 반덤핑 제재까지 이끌어 내 놨더니 이번에는 베트남산을 대량 수입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껏 중국을 막아놨더니 업계 `맏형`격인 포스코의 베트남 물량이 그 틈새를 파고 들어 왔다”며 “중국 정부가 포스코의 베트남산 국내 물량을 문제 삼아 중국산에 대한 반덤핑 제재 철회를 요구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측은 베트남산 H형강 제품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내 철강 유통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나서 저가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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