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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통신비 인하 대책 실속 없다”

김민정기자
등록일 2017-08-23 21:08 게재일 2017-08-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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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선택약정 할인,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BR>시민단체 “사실상 대선공약 폐기” 비판 목소리

“국민 기대감만 높인 정책 아니냐!”“성과 없이 혼란만 부추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 대책을 두고 실속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성과 없이 혼란만 부추긴다는 불만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관계자들을 불러 다음달 15일부터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라는 내용의 행정처분 공문을 전했다.

선택약정요금할인은 얼마짜리 요금제를 어느 기간 동안 쓴다고 약속한 데 따른 할인을 말한다. 20% 할인율을 25%로 올리면 소비자들은 한달에 2천원 정도 아낄 수 있다. 5만원짜리 요금제를 쓸 경우 20% 할인을 받으면 1만원, 25% 할인율이 적용되면 1만2천500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25% 할인율 적용에 따라 요금할인제도 고객이 1천400만명에서 1천9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1조원 가량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다음달 15일 신규 약정자부터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벌써 구매를 미루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예상 피해액이 크단 얘기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인상할 경우 가입자 평균 요금 월 4만6천200원을 기준으로 현재 약정할인 가입자에게 연간 4천158억원을 추가 할인해줘야 한다.

제도 시행 후 선택약정으로 전환되는 고객은 올해 500만명, 내년엔 1천800만명으로 늘어나 매년 연간 1조4천500억원 수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다 기초연금 수급자 요금 감면과 내년 상반기에는 2만원대 보편적 요금제까지 도입되면 통신업계로선 연간 3조원이 넘는 사상 초유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조정 방안에 대해 이동통신사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할인율 인상안이 기존 가입자에게 적용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통신비 인하 혜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6개 통신·소비자단체들은 지난 21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급적용이 없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 취지에 어긋나는 사실상의 공약 폐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가입자 1천400만명에게도 25% 요금할인을 위약금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조정 방안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사업자, 시민단체 등과의 충분한 교감 없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2일 청와대 업무보고 일정을 맞추고자 급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던졌다는 비판이다.

정부안이 후퇴할 가능성은 없다.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되는 만큼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관문은 통신 3사의 법적 대응 여부다. 통신업계 내부에서는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을 수용하거나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 두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급적용이 안 되는 만큼 소송명분이 적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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