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광복절 72주년 경축사서 언급<bR>독립운동가 이상룡선생 생가… 애국지사 8명 배출<bR>일제, 아흔아홉칸 저택 중앙 가로질러 철도 건설<bR>70여년 지나도록 방치해 지금까지 토막 난 채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맞는 첫 광복절 72주년 경축사에서 경북 안동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에 대해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극찬했다.
문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때 반 토막 난 임청각이 현재까지 그대로 있는 모습이 우리가 되돌아 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면서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시 법흥동에 위치한 임청각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살림집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자 애국지사 8명을 배출해낸 고성 이씨 종택이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다. 석주 선생은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빼앗기자 식솔을 이끌고 이듬해 서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 간부 양성 등 활동을 벌였고, 192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다.
임청각은 1910년대 만주로 망명한 석주 선생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인에게 팔았다가 고성 이씨 문중이 모금을 통해 가까스로 소유권을 되찾아왔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고, 아흔아홉 칸 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임청각을 찾아 “안동이나 유교라고 하면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안동지역은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운동성지로 혁신 유림의 발생지라고 할 수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 곳을 찾아 “대통령께 경북으로 휴가를 간다고 보고 드렸더니 `안동의 임청각을 꼭 가보라`고 말씀하셨다”며 “제 발로 왔지만, 대통령 분부를 받고 온 것과 같다”고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이항증 고성 이씨 종손 등에게 임청각 복원 및 소유권 정리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대통령이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임청각을 찾아 복원 등과 관련한 약속을 잘 알고 있다”며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안동시민 권모(56·태화동)씨는 “중앙선 복선화 전철사업이 마무리되면 임청각을 관통하는 철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임청각이 복원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