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자 미
모본단 안감은 얇아야 하느니
힘은 싱이 잡아주는 거제
시침해서 창구녕으로 팔 빼는데
참 딱한 노릇은 팔이 넷인 거라
시작이 서툴면 울기만 하제
편치 몬하믄 다려도 주름지는 거라
앗! 따가버라
바늘이 피맛에 길드는갑다
시대가 변해도
등솔은 진솔로 박아야 하제
진동은 따라 곧아지고
자로 잰 드키 썩뚝 마르믄
손톱여물 써는 거라 가위 밥 주고
도련 따라 섶코 슬쩍 들 줄도 알아야 하느니
숙고사 물모시도 다를 바 없느니
옷 한 벌로 평생 사는 짐승들은 좋겠어요
음마, 이 가시나 무녀리네
시 전체에 얽어매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고 재밌다. 요란하고 현란한, 칼러풀한 색깔과 속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담백하고 수수한, 느리고 참참히 손길을 보태는 재래식 바느질의 과정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가는 시인의 말을 따라가다보면 어느듯 삼겹 저고리 한 벌을 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간절히 지키려는 시인 정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