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다.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서로의 주장이 확연히 다르다. 정부여당은 정책의 순기능을, 야당은 정책의 역기능을 경쟁하듯 외쳐댄다.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하다. 서로 전문가들을 내세워 찬반입장을 떠들어대니 그 속사정을 누가 알랴.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내놓은 최초의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초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에 활용하는 `부자증세안`이라는데, 야당의 반응이 신통찮다. 소득재분배 차원에서야 반대할 일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는 간단치 않기에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 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증여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상 △대주주 주식의 양도차익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 단계적 축소 △대기업의 각종 세액공제 축소로 요약된다. 고용증대 세제 신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시 세액공제 확대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 혜택도 대폭 늘었다. 근로 장려금 지급액을 최대 250만 원으로 확대하고, 월세 세액공제율도 12%로 인상해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 혜택 역시 강화됐다. 개정안은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 국회에 제출되며, 국회 통과시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금이 연간 6조3천억 원 가량 증가하는 반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세금은 8천억 원 가량 감소해 연간 5조5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현 정부 임기 5년으로 계산하면 추가 세입이 24조 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필요한 재원 178조원에 비하면 13.5%에 불과하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세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국민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의 국회통과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데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더욱 곤혹스럽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경제활성화에 역행하는 `기업발목잡기 증세` `내수위축 증세`란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경예산 편성을 강행하더니, 민간부문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6조원 이상의 증세방안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란다. 그러면서 증세 논의에 앞서 △재정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 △재정지출의 효율화·비과세·감면 정비·지하경제 양성화 등 재정구조개혁과 세입기반 확충 △그래도 부족할 때 국민적 공론화를 통한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생색내기용 세제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일자리·복지 공약에만 120조 원이 소요되지만,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 명목의 세수효과는 5년간 18조 5천억 원에 불과하고, 세출절감을 통한 재원 조달은 한계가 있다는 요지다. 이들은 정부가 결국 국가부채를 늘리거나 공약을 내팽개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른정당 역시 `부자증세`는 필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복지 수준에 합의를 이룬 다음 필수적인 예산 규모를 산정하고 증세 논의를 해야 한다”며 앞뒤 바뀐 정책결정 과정을 지적했다. 이례적인 것은 야권이 세제개편안에 대한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정규직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중소기업 세제지원 확대 △창업벤처기업·자영업 및 농어민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등은 방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도 일자리 창출과 소득 양극화 개선 차원의 세법 개정안, 그리고 부자증세와 법인세 인상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해 동의했고, 기업환류세제 개편과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새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마냥 몹쓸 정책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야권의 반대를 뚫어낼 논리가 정부여당에 있는 지 궁금하다. 자칫하면 또 무리수를 둬야한다. 나라 살림살이가 그래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