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법 개정 의의·효과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개편은 세입 기반 확충, 조세 정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했다”며 “저성장 고착화, 양극화 심화 등에서 나오는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고소득 계층이 사회통합, 상생협력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자리`로 끌어주고 `재분배`로 밀어주고
이번 세법개정안의 두 축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로 구성됐다.
일자리 세제는 주로 고용 잠재력이 큰 중소기업의 고용을 유도하고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고용 관련 조세지출의 67%를 차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지원 요건 중 투자 연계 요건을 삭제한 청년고용증대 세제로 재편됐다.
이전까지 고용을 늘려도 투자가 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고용만 늘려도 1인당 최대 1천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창업 5년 이내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리면 증가율에 따라 최대 50%까지 추가로 법인세·소득세를 줄여주는 안은 창업기업의 높은 고용창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등 조사 결과를 보면 창업기업은 전체 중소기업 종사자의 약40%에 달하는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중·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안도 쏟아졌다.
평균 이상을 초과하는 임금 증가분의 10%만큼 세금을 줄여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는 적용 대상을 연봉 1억2천만원 미만에서 7천만원 미만으로 좁혀 저소득층에 혜택을 집중했다.
소득에 비해 임금·상생협력기금 지출이 적은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연봉 7천만원 미만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면 세금이 더 많이 줄어들도록 재설계됐다.
소득재분배는 상위계층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한계가구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후 지원 중심으로 설계됐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부자 증세`안은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과 법인세과표 2천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각각 40%→42%, 22%→25%로 상향하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대주주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차익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제가 도입됐고 자진 신고만으로 상속·증여세를 깎아주는 신고세액공제는 공제폭을 7%에서 3%까지 단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 반면 빈곤 탈출을 돕는 근로 장려금은 지급액을 약 10% 늘리고 미혼 노부모 부양자와 다문화 가구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확대했다. 월세 세액공제율도 10%에서 12%로 인상하고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분에 대한 공제율도 최대 40% 늘려 주거·민생 안정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고소득자·대기업 세부담 증가분, 전년의 8.6배 달해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고소득자·대기업의 세 부담이 전년보다 연간 6조3천억원 늘어나는 반면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8천억원 줄어들어 연간 5조5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정부가 세제를 개편하면서 내놓은 세 부담 변화 전망과 비교하면 고소득자·대기업 세부담 증가분은 지난해(7천252억원)보다 무려 8.6배나 커진 것이다. 서민·중산층·중소기업 세부담 경감분도 지난해(3천805억원)보다 2배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만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세수 증가분으로 새 정부의 정책 실현을 위한 재정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올해 세제개편과 세수 자연증가분을 고려하면 세수 측면에서 감당할 부분은 큰 걱정은 없다”라며 “각 부처에서 예산 요구가 많아 세출 구조조정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새 정부가 정책 추진을 위해 제시한 재원을 마련하기에 이번 세제개편만으로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