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편취한 보험 사기금액이 무려 457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일가족, 또는 같은 마을주민 수십 명이 보험 여러 개를 가입하고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방법을 동원했다고 한다. 전직 보험설계사, 병원 사무장, 의사, 환자 등이 함께 짠 사기극이다. 이런 사건에 관여된 환자를 우리는 `나이롱 환자`라 부른다. 가짜거나 엉터리 환자라는 뜻이다. 왜 `나이롱`이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천연섬유가 아닌 합성섬유 나일론에서 따온 말인 듯하다. 천연섬유에 비해 나일론은 그야말로 가짜인 셈이다. 그렇지만, 나일론은 20세기 최고 발명품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푸대접을 받는 꼴이다.
미국의 한 화학자에 의해 발명된 나일론이 첫 제품화 된 것은 칫솔이다. 그러나 나일론의 명성을 올려준 상품은 여성용 스타킹이다. 1945년 나일론 스타킹이 시판되자 백화점 앞에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여성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하루 수십만 개가 동나고 어쩌다 스타킹을 구입한 여성들은 기뻐서 즉석에서 치마를 끌어올려 신어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한다. 천연섬유보다 튼튼하고 탄력이 있으며 색깔이 고운 나일론은 이후 낙하산, 텐트, 밧줄 등 군사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상품화된다. 나일론 스타킹은 얇고 투명한 특징 때문에 여성들의 애호를 받았다. 여성들이 다리의 털을 밀고한 것도 나일론 스타킹이 나오면서부터라고 한다.
환자가 아니면서 환자인 척하는 사람을 우리는 `나이롱 환자`라고 익살스럽게 표현해 부른다. 세상이 자꾸 `나이롱`화 돼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가짜가 판친다는 말이다.
가짜 환자, 가짜 돈, 가짜 명품, 가짜 뉴스까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세상을 바로 쳐다볼 수 있는 맑은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해도 진실은 변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나이롱 환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