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가 초복이었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된다는 날이다. 삼복(三伏)날은 초복으로 시작해 중복, 말복으로 이어지는데 10일 간격으로 복날이 들어 모두 20일이 걸린다. 1년 중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날이다. 복날에는 예로부터 몸보신을 위해 개장국이나 삼계탕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는 음식으로 지금도 개장국과 삼계탕은 복날 즐겨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이 복날 몸보신을 위해 즐겨 먹었던 음식 중에 팥죽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팥의 원산지는 동양이다. 오랫동안 재배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만 재배되는 특이한 작물이다. 우리 선조들은 팥의 효능을 잘 알아 잡곡으로 밥에 섞어 먹거나 죽 또는 떡의 고물, 속 재료로도 많이 사용했다. 특이한 것은 팥을 질병이나 귀신을 쫓는 식품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것도 팥을 통해 질병이나 귀신을 내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팥을 문짝 등에 뿌려 액운을 쫓는 풍습도 같은 이유로 전래됐다. 이런 팥에 생물학적으로 몸에 이로운 다양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팥은 탄수화물,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 영양가가 풍부한 식재료다. 19세기 이전 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한 각기병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인들이 잘 걸리는 병이다.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비타민 B1이 제거됐기 때문인데, 팥이 이 병의 예방에는 최고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팥의 효능을 열거하면 이렇다. 피로회복, 혈관질환 예방, 당뇨개선, 탈모개선, 부종완화, 변비개선, 다이어트 등이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되풀이되는 행사가 있다. 초복을 사흘 앞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개고기 식용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열렸다. 동물보호단체들의 개고기 반대 캠페인이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참여시민들도 늘고 있다. 팥은 삼복날 우리 조상들이 즐겨먹던 보양식 중에 가장 오래된 음식이다. 팥의 효능을 믿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팥을 재료로 한 새로운 보양식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