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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조언

등록일 2017-07-07 02:01 게재일 2017-07-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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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회가 인사청문회와 추경예산안으로 씨름을 한지 벌써 한달 여를 넘겼다. 인사청문회로 따지면 지난 5월 24일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40여 일이 지난 셈이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간 줄다리기를 보며 국민들의 답답증은 커져만 갔을 듯 싶다. 인사청문회와 함께 추경예산안 심사도 지지부진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까지 와서 추경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일자리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는데도 국회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그나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예산안 심사에 참여할 뜻을 비춰 추경예산안 심사가 정상화할 조짐을 보이다가 지난 5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김상곤 교육부 장관 임명에 반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보이콧을 선언하는 바람에 또 다시 난항에 부딪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추경에 협조적인 국민의당, 정의당 등의 의석을 합치면 추경안 처리를 위한 과반수 확보가 무난하지만, 보수야당을 배제한 추경예산 심사 자체가 큰 정치적 부담이니 마냥 밀어붙이기도 여의치않다.

특히 국회에 제출돼 있는 일자리 추경안에 대한 여야 입장 차이는 분명하다.

며칠 전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총괄하는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물었다. 야당이`공무원 증원은 국가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추경예산안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대한 정부의 해명이나 설명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부위원장의 설명은 이랬다. 현재 우리나라 199만명 공무원에 35만명의 공공기관 근무자가 있으니 총 234만명의 공직자가 있다(2015년 통계청 통계기준). 이는 취업자 전체의 8.9%에 해당한다. 그러나 OECD 국가들의 공무원 숫자는 취업자 전체의 21.3%에 해당한다. 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을 더 낫게 하는데 봉사하는 게 기본적인 책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로는 국민들을 제대로 모시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수가 많으냐 적으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많이 쓰이는 인구 1천명당 공무원 수를 따져봐도 OECD국가는 83명 수준이고, 우리나라는 33명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일자리를 민간에 맡기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민간에 맡겼으나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시장의 실패`다. 정부가 이를 보정하기 위해 직접 일자리를 늘려야 하며, 복지국가에서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적정수준의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반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공무원 증원이란 방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추경예산안을 통해 당장 올 하반기에만 공무원 1만2천명을 늘리고, 앞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명을 더 뽑는다는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향후 5년 간 공무원 수는 연평균 4%씩 급증해 2013년 100만명, 2022년엔 120만명에 이르리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공무원 17만명을 증원할 경우 앞으로 30년 동안 약 24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공무원 증원 예산을 감당해야 하는데, 지방정부의 부담액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국회가 일자리추경안과 같은 중요한 국가정책에 대해 이처럼 찬반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반대라 해도 무작정 반대해선 안 된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내놔야한다. 찬성하는 측도 무조건 내 말을 따르라고 하면 안 된다. 반대 이유를 충분히 듣고, 거기에 상응하는 논리로 조근조근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누구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판단할 게 아닌가. 이런 건전한 토론문화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든다. 국민들은 `다수결의 독재`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닫는 `소수의 횡포`도 혐오한다. 국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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