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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琉璃, 遊離) 교육

등록일 2017-07-06 02:01 게재일 2017-07-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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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교육 개혁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하늘을 찌른 지 오래다.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그들은 그들의 최고 치적으로 남길 대상으로 교육 개혁을 선택한다. 그리고 꼭 교육 개혁을 성공하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그런데 역대 어느 정부도 교육 개혁을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남은 것은 짓다만 흉물스러운 건물 같은 이상한 교육 시스템들뿐이다. 교육 개혁의 최고 적임자라고 떠들어대면서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소위 말하는 교육 전문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만약 그들에게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교육계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상한 교육 개혁에 대해 말하는 정부와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세상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는 것을 굳이 알리지 않더라도 시끄러운 교육계의 모습만 보고도 정부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교육 개혁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교육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만 있다면, 또 이론대로만 교육계가 움직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교육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아는데, 교육 전문가들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교육 현장은 낯선 서구 교육 이론의 실험실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소위 말하는 교육 관료들은 실험 연구원들이고, 학교는 실험 장소이고, 학생들은 실험 대상이 되어버렸다. 연구원들 중에는 연구 윤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들은 말로는 학생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자신이 공부한 것에 대한 지적 자랑을 할 뿐이다.

지난 주 정말 역겨운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채널은 EBS, 프로그램명은 `교육대기획 대학입시의 진실`. 간혹 정치 뉴스를 보다 화가 나서 욕은 해봤지만 EBS를 보다 정치 뉴스를 볼 때보다 더 큰 욕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주제는 현 정부의 교육 개혁 방향인 `외고·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고는 하도 화가 나서 아이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스러운 욕을 하고 말았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고등학교 교육의 성패를 서울대학교 진학률로 판단하고 있었다. 서울대학교에 많이 진학시킨 자사고와 그렇지 못한 일반 고등학교 학생의 생활기록부 내용까지 분석하면서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도 안 되는 교육 체제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은 공부할 의욕을 상실했고, 그것 때문에 공교육이 파행을 겪고 있으며, 그래서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공교육의 성공 판단 기준을 아직도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서울권 대학 진학률에 두고 있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법으로 필자는 교육 개혁이 아닌 교육자 개혁, 나아가 이 나라 기성세대의 의식 대개혁을 제시한다. 서울대가 곧 교육의 성공이라고 보는 잘못된 교육자들과 기성세대에 의해 이 나라 학생들은 지금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들부터 개혁하지 않고는 이 나라 교육엔 앞날은 없다. 교육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식에게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필자가 간과한 것이 있다. 교육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이미 엄청난 사교육을 받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다 진학했다는 것을.

이 나라 교육은 유리(琉璃)와도 같다. 이미 그 유리에는 엄청난 금이 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버텨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제발 현실과 유리(遊離)된, 검증되지 않은 즉흥적 교육 시스템으로 더 이상 유리에 충격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유리 같은 이 나라 교육이 곧 왕창 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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