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인사법이 악수다. 인류학자들은 악수를 손에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음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도 아프리카 부족 중에는 모르는 사람을 우연히 만날 경우 손바닥을 활짝 펴서 인사를 나눈다. 안전을 확인하는 행위가 차츰 반가움과 대등한 존중을 표시하는 인사법이 돼 전 세계에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악수에도 각 지역마다 다른 예법이 있다. 일본에서는 악수할 때 상대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면 안 되고, 중동 지역에서는 힘을 세게 하여 악수하면 결례다. 반면 미국에서는 힘없이 가볍게 하는 악수를 오히려 좋지 않게 여긴다. 따라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힘있게 악수하는 것은 미국의 관습대로라면 결례라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트럼프의 악수는 유별나다. 트럼프는 악수할 때 있는 힘껏 손을 쥔 채 상대방을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는, 공격적인 악수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수법은 상대방에 대한 기선 제압과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2월 아베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아베의 손을 으스러지도록 움켜쥔 채 약 18초간이나 흔들어 아베를 당황하게 했다. 반면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을 때는 악수를 청하는 메르켈의 말에 한마디 대답도 없이 딴청을 피우며 악수를 거부했다. 이는 평소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메르켈에게 보내는 무언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쯤되면 트럼프는 악수를 외교적 힘겨루기를 위한 무기로 활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트럼프가 어떤 악수를 청해올지 궁금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