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언 주
어릴 때 동네 할머니들은
꽃상여를 타고 갔는데 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다
하늘이 가까운 아파트 17층
( 중략)
가끔 하늘에 달을 쏘아 올린다
몸뚱이 한쪽이 베여 걸리는 달
누군가의 영혼을 싣고 비행기가
더 깊은 하늘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버튼을 그곳까지 눌러보지만
엘리베이터는 미루나무보다
조금 높은 곳,
17층까지만 나를 올려다 놓는다
시간의 컨베이어가 돌고 있다
포장을 끝낸 과자 봉지처럼
어느 지점에서 나는 그렇게
툭 떨어질 것이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음을 택하는 청소년의 상황과 그의 심리를 떠올리게 하는 시다. 어쩌다 이런 가파르고 아픈 선택을 했을까.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한 그의 생각 속에는 밤하늘 가득 쏟아지는 별빛도 있고 달도 있다. 모든 것이 왜곡되고 미완성의 상태일 것이다. 하늘과 바다를 상대로 우주와 맞서는 그의 시리고 아픈 정신세계를 따라가본다. 아프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