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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琵瑟山)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06-09 02:01 게재일 2017-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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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 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인 조용헌 박사는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을 가리켜 태산교악(泰山喬嶽)이라는 표현을 썼다. 태산교악이란 “큰 산처럼 탁 버티고 있는 무뚝뚝한 모습”을 이른다. 그는 경상도에 높은 산이 많아서 그렇단다.

대구의 북쪽에는 팔공산, 남쪽에는 비슬산이 있다. 둘 다 높이가 1천m를 넘는다. 도시를 가운데 두고 큰 산이 이처럼 둘러싸고 있는 도시는 드물다고 했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팔공산은 양기가 강해 대구의 아버지 산이요, 비슬산은 부드러움이 많아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고 했다. 이런 비슬산이 본격 개발된다는 소식이다.

비슬산은 대구시와 달성군, 청도군에 걸쳐 길게 뻗쳐있다. 산 정산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달성군지에는 비슬산을 일명 포산(苞山)이라 기록하는데 수목이 많다는 뜻이다. 신라시대 인도 스님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인도식 발음으로 비슬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비슬산에는 여느 산보다 많은 사찰들이 산재한다. 유가사와 소재사, 용연사, 용문사, 임휴사, 용천사 등 각 사찰들이 산세를 찾아 자리를 틀고 있다. 2014년 복원 중창된 대견사는 원래 절터만 남아 있던 곳이다. 동화사와 달성군이 복원했다. 이 절은 설악산의 봉정암과 지리산의 법계사와 더불어 1천m 이상에 자리 잡은 사찰이다. 고려 고종 4년 초임주지로 부임한 일연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하며 35년간 머물렀던 절로도 유명하다. 1917년에는 일본을 바라보며 일본의 기를 누른다는 이유로 강제 폐사되는 수난을 겪은 절이다.

조용헌 박사가 30년간 전국을 답사하며 선정한 명당 22곳을 책으로 냈다. 대견사 터도 그 중 하나다. 비슬산은 진달래 명산이다. 봄에 피는 진달래와 가을의 억새 등의 경관은 일품이다. 이곳 암괴류는 천년기념물로 지정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슬산이 대구 1호 관광지가 됐다고 하니 드디어 그의 진면목이 알려진 셈이다. 대구시가 힐링 관광명소로 꾸밀 비슬산은 이처럼 숨겨놓은 스토리만으로도 훌륭한 관광 콘텐츠가 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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