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鄭)나라 재상 자산(子産)이 진수와 유수라는 강을 건너지 못해 쩔쩔매는 사람들을 수레로 건너가게 해줬다는 말을 들은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해가 11월이 될 때까지 도강(돌다리)이 만들어지고 12월이 될 때 여량(다리)이 만들어지면 백성들은 건너는 것을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歲十一月徒?成 十二月輿梁成 民未病涉也).” 맹자 이루장구(離婁章句) 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정치가의 참 역할에 대한 교훈으로 곧잘 인용된다.
문재인 정부가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너무 잘해서 무섭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한때 걱정을 샀던 초대 총리 인준과정도 우여곡절 끝에 넘어갔다. 국민들의 기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물론 이는 그동안 켜켜이 쌓인 `비정상`의 더께가 워낙 깊었던 반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일자리 정부`라 일컫는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상황판을 걸어놓고 고용을 독려한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100일 계획`도 발표했다.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대기업에 고용부담금을 물리는 `채찍` 정책까지 거론됐다. 정책의 효과가 뜻대로 나타난다면 놀라운 성공작이 될 것이다.
새 정부 일자리정책의 핵심은 경제·사회·행정 시스템을 바꿔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만듦으로써 소득주도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다. 하반기 추경을 통해 연내 1만2천여 명의 공무원을 더 고용하고, 5년 내에 17만4천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공공일자리 81만 개` 공약의 대다수인 64만 개 일자리는 정부나 공기업 예산으로 고용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주는 것으로 귀결됐다. 새 정부의 의지가 이처럼 강하다보니 지방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청와대를 본 따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모든 정책은 극복해야 할 비관들이 따라다닌다. `고용 만능주의` 집착이 구조개혁 지연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오히려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심려도 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의 옆구리를 찌르는 방식은 부작용이 크고 지속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지적이 많다.
새 정부의 대규모 공무원 신규채용 소식에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뜨겁다. 한 인터넷 공시생 카페에서는 “3년 넘게 다닌 중소기업 퇴사하고 공기업에 도전한다”는 식의 새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백 대 일까지 경쟁률이 상승해온 공무원 시험이 또 어떤 씁쓸한 광풍으로 낭인(人)들을 양산할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들이 애국충정으로 공직에 몰려드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3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 `노후 보장`이 전체 응답률 26%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철밥통`을 찾아서 몰려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궁극적으로 민간 기업에서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기업을 압박하거나 기존 일자리를 쪼개어 실직자들에게 나눠주는 수준으로는 어림 턱도 없다. 큰 기업들이 스스로 나서서 공모 방식으로 청장년들의 벤처창업을 지원해 `일자리 다리`를 놓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정책의견에 솔깃해진다.
어리석은 농부가 밭에서 발아한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을 걱정한 나머지 싹들을 조금씩 뽑아 올렸다가 모두 죽는 바람에 농사를 아예 망쳤다던가. 맹자가 제자인 공손추(公孫丑)와 호연지기 키우는 법을 주제로 대화하다가 들려주었다는 발묘조장(拔苗助長) 우화를 상기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리 두드려보아야 할 `도강`, 과감한 규제개혁 등 새로 놓아주어야 할 `여량`이 한 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