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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1번가에 바란다!

등록일 2017-06-01 02:01 게재일 2017-06-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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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놀랍습니다. 정말 이것이 가능하군요.”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할 것이다. 잠시 더 들어보자. “학생들이 준비한 다양한 문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도 훌륭하지만 더 훌륭한 것은 지금 한국 학생들 손에는 휴대폰이 없다는 것입니다.”

혹시 휴대폰이 없는 한국 학생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소리가 들리시는지. 안 들리시면 그 다음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여러분, 여기에 온 한국 학생들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휴대폰을 학교에 두고 왔다고 합니다.” 두리번거리는 소리가 탄성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저 맑고 밝은 모습을 보십시오. 바로 저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청소년의 모습입니다. 휴대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한국의 산자연중학교 학생들, 저들이 바로 세계 청소년의 모범입니다.” 탄성은 기립박수로 이어졌다. 기립박수가 울려 퍼진 장소는 몽골 울란바토르 대성당 강당. 대한민국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소개한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오신 신부님, 기립박수를 보내준 사람들은 산자연중학교와 몽골 쎈뽈 학교 학생들의 문화 공연을 보기 위해 대성당에 모인 몽골 사람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사람들!

대안교육을 시작한 지 4년째다. 4년 동안 교육기관은 물론 정부 등으로부터 대안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참 많은 괄시와 천대를 받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자연중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대안학교라는 이유로 다른 학교 학생이나 교사들처럼 자유롭게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문재인 정부는 알기나 할까.

비록 대한민국이 많은 부분에서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지만 `대안학교 차별` 등 아직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서이다. `원칙은 원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궤변이 통하는 나라가 이 나라다. 이 나라엔 원칙보다 그 원칙과 관련된 예외들이 더 많다. 사람들은 지금 정부가 그런 예외 보다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으로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역시다.

`고위 공직 임용 배제 원칙`의 세부 사항인 5대 중대 비리(非理)는 다음과 같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이 다섯 가지는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 양심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것들이 지켜지지 않았고 그것을 원칙으로 정해서라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문 대통령이다. 그런데 참 웃긴다.

필자는 지난 주 금요일부터 산자연중학교 학생들과 몽골 해외이동수업 중이다. 이번 해외이동수업의 주제는 `교육, 나눔, 그리고 지구 Ⅱ`다.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한·몽 청소년 문화 교류, 문화 공연, 문화 체험과 사막화 방지를 위한 `생명·사랑·나눔의 숲`조성이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문화 행사와 관련한 원칙으로 `배려와 이해`를 정하고, 그 원칙에 맞춰 프로그램을 짰다. 그래서 나온 첫 번째 프로그램이 몽골 국가 연주였다. 그리고 학생들은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몽골 국가 합창을 정했다. 사이사이에 우리 문화 프로그램인 사물놀이, 태권도, K-POP, 전통 옷 입기 등을 넣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기꺼이 휴대폰을 한국에 놓고 가기로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지켰다. 그 원칙에 세계 사람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국민소통 광화문 1번가`라는 것이 있다는데, 안 될지 알면서도 대안학교 학생들을 위해 말해본다. 교육의 가장 불공평한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별표 1] 비고 1. 다음 각 목의 사립학교는 교부금산정기준학교에 포함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제2조 제5호에 따른 각종학교(각종학교, 외국인학교 및 대안학교를 말한다)”라는 불평등 법 조항을 삭제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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