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덕
나는 덜 익은 꿀처럼 담겨 있다
문이 열리면 후후룩 흘러내릴 것처럼
이 방 옆에
또 다른 방들이 붙어 있다는 게 마음 놓인다
켜켜이 쌓인 육각(六角)의 방들을
고통이 들락거리며 매만지고 간다
시인이 말하는 육각의 방은 무엇일까. 시의 모티브가 되는 육각의 방은 벌집이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 공간을 벌집에 비유하고 있다. 벌들이 종일 날아다니며 꽃물을 찍어와 쌓아두는 벌집의 꿀은 시인의 내면에 고이고 고인 고통이다. 우리의 한 생이 쌓고 가두어 둔 달콤한 꿀과 같은 소유들이 결국은 고통의 집적물이라는데 깊이 공감이 가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