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나이든 사람들만 남고 젊은이들은 떠난다고 한다. 지역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그치면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의 내일을 맡을 `다음 세대`가 지역에 없는데 어떻게 지역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만 향하는 것도 분명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어렵사리 지역까지 찾아와 몇 년을 지내면서 공부를 마친 젊은이들이 졸업과 함께 지역을 떠나가는 일이다. 지역에는 제법 괜찮은 대학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삶을 펼칠 상상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지역은 단지 그들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하여 몇 해를 견디는 `방문처`같은 곳일 뿐, 지역에서 무엇인가 꿈을 펼치고 삶을 이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졸업을 준비하면서 그들은 이미 지역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여 떠날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재학 중에도 그들의 관심 속에 지역은 없다. 분명 이 곳에 살지만, 투명인간이자 방문객이며 오래 머물기는 하지만 지나가는 통과여객일 뿐이다. 무엇인가 열심히 갈고 닦지만 그들이 배우는 무엇으로 지역에서 발휘하지 않는다. 마음이 끌리지 않는 곳에 그들의 수고를 들이지 않으며 흔적을 남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 소중한 젊은이들은 그냥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손님들인 것이다. 늘 지역에 있는 것 같아도, 해마다 신입생들이 채워지는 일이 반복될 뿐 졸업이라는 뒷문은 늘 열려있는 것이다.
이렇게 젊디젊은 청년인재들을 지역에서 가르쳤다는 것만으로 지역은 위로를 삼을 것인가. 그들이 졸업 후에도 지역에 머무르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들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하여 바로 그 젊고 싱싱함으로 지역을 일으키게 하려면, 지역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젊은이들이 그냥 떠나가는 일을 두고 그들 탓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닌 듯하다. 지역이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대학은 대학대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힘들어 하는 젊은이들로 한가득이다. 지역의 기업들이 이곳에서 공부한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없을까. 졸업생 뿐아니라 재학생들에게도 보다 전향적으로 다양한 문호를 개방하여 지역과 대학이 함께 숨쉬는 분위기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인턴십도 있고 자유학기제도 있는데, 지역의 기업들과 대학들은 서로 오가는 일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지역의 기업도 살고 대학도 근심을 더는 상생의 마당을 펼쳐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지역의 자치단체도 젊은이들이 지역을 스치듯 다녀만 가는 일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년 인재들이 지역에 머무는 동안 이 곳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모양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교수들도 분명 좋은 통로이지만,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약할 수 있으면 지역은 젊어지지 않을까. 기업들과 단체들과 대학들이 연합하여 만들어 낼 `젊은 도시`가 이미 눈에 선해 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기려 하는 새 정부에게도 바란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청년정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청년인재들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수도권 밀집현상을 막으려 하기보다, 비수도권매력창출에 나서길 바라는 것이다. 균형있게 발전하는 일은 모든 지역이 하나같이 살 만한 곳으로 바뀌어 갈 때 가능할 것 아닌가. 지역에 젊은이들이 돌아오게 하는 일은, 지역에 이미 있는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일로 시작하기로 하자.
지역은 이미 젊다. 그 젊음을 유지하는 열쇠는 지역에 있는 것이다. 떠나지를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내일이 지역에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