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토론회는 주로 정책적인 이슈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는 반면, 국내 TV토론은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1997년에 대선 후보자간 합동 TV토론이 처음으로 공식 도입됐다. 그해 12월에 중앙선관위 주최로 세 번의 TV토론이 열렸으며, 평균 시청률이 50%를 넘을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TV토론에서 선전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해 TV토론을 벌였고, 이회창·노무현 후보간 TV토론에는 처음으로 후보자간 상호 토론 방식이 도입됐다.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 법정 TV토론은 12월에 세 차례, 언론사나 개별단체 주최 TV토론까지 합하면 약 50차례 열렸지만 이명박 대세론 탓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후보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TV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37.1%, “바꿀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6.4%로 집계됐다. 유권자 3명 중 1명 이상이 “TV토론을 시청하고 난 뒤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5차례의 TV토론에 이어 2일 마지막 6번째 TV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토론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데 치우쳤다는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 토론회는 각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나가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