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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등록일 2017-04-27 02:01 게재일 2017-04-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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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roge Orwell)은 미래를 다룬 그의 소설 `1984`에서, 1984년이 오면 모든 사람들은 한 가지 통일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똑같은 양식으로만 살아가게 될 것이며 이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엄격한 감시자 빅 브라더(Big Brother)의 통제 앞에 놓일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으며 세상은 오히려 그 반대로 나아가는 것 아닌가.

마침 1984년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소설 `1984`가 이야기한 어둡고 암울하며 답답한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며, 애플사(Apple Inc.)의 컴퓨터가 이를 막아낼 것이라면서 맥킨토시(McKintosh) 컴퓨터를 출시하여 성공의 서막을 열었다. 이 새로운 컴퓨터와 함께 세상은 다양하고 풍성해 질 것이며 사람들은 바야흐로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라면서. 바로 이런 선언을 했던 TV광고는 이 생각을 전하면서 컴퓨터는 아예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오웰은 왜 그렇게 생각하였으며 빅브라더를 떠올렸을까. 그는 아마도 20세기 초중반을 살면서 정답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 것이 혼돈과 무질서 그리고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어쩌면 해결책으로서 `정답이 있는 세상`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빅브라더는 그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 세상을 마침내 건져 올릴 기대주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리 되었다면, 얼마나 단조롭고 재미없으며 가슴 먹먹한 세상이 되었을까. 또 우리는 얼마나 가슴 졸이며 숨쉬기조차 버거운 삶을 살고 있었을까.

다행히 세상은 그렇게 흘러오지 않았으며 오늘 우리가 겪는 세상은 얼마나 풍성하고 다양한 것인가. 공교롭게도 미래학자 네이스빗(John Naisbitt)은 그의 책 `메가트렌드(Megatrends)`에서 현대인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받던 삶에서 다양한 선택의 폭이 허용되는 쪽으로 이미 나아가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과연 다양한 선택의 폭을 경험하고 있는가. 아니 이를 인정하며 누리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우리는 우리 사회에 무슨 정해진 정답이라도 있어야 하는 양 우리 자신들을 그 어떤 통제된 선택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학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더러 정답을 물어오곤 한다.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물어오는 것이다. 이들을 대하는 선배들은 어떤 답을 주어야 하는 것인가. 아마도 예전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높은 성적을 거두어 좋은 직장 구하고 좋은 배우자 만나서 성실히 살아가는 것으로 정답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열심히 한 공부가 금세 낡은 학문이 되고 마는 것을 이미 목격하고 있으며, 좋은 직장은 아예 상상 속에 없는지도 모른다. 길이 보이지 않으며 앞이 막막해 보이는 것이다. 끊임없이 찾아보지만, 찾아야 할 정답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너무나 풍성해진 다양성의 바다 가운데 정답이 숨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틈바구니에도 번득이듯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사람들을 보라. 굳이 한사람 한사람 예를 들 것도 없이, 그들은 오히려 더욱 묵직한 그물을 들어 올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 정답 찾기를 멈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답이 숨어버린 다양한 지평에 차라리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가진 각자의 처지와 능력을 밑천삼아 기회의 바다에서 무엇이라도 들어 올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정답이라 생각한 길을 따라 곱게 쌓아온 사람들이 오히려 부끄러울 만큼 당신만의 멋진 길을 찾아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스티브 잡스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이미 공평해진 다양성의 바다에서 자신만의 지평을 열어내었던 것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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