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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변수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등록일 2017-04-18 02:01 게재일 2017-04-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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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을 한 달 앞둔 4월에 때아닌 북풍(北風)이 분다. 북풍이란 `선거 전에 발생하는 북한의 돌발적인 도발행동`을 일컫는다. 북풍은 선거결과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 흔히 북풍이 불면 안보에 민감한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북풍사례가 바로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이다. 체포된 폭파범 김현희는 드라마틱하게도 대선 하루 전인 그 해 12월 15일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잔혹한 테러범의 압송장면이 TV로 생중계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북풍에 쏠렸다. 그 결과 전두환 정권에 이어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 이후인 1992년 대선 전에도 안기부가 발표한 거물 간첩 이선실 및 남조선노동당 사건 등이 북풍사례로 꼽힌다. 여론조사 결과 두 사건은 각각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김영삼(YS)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선거에 영향을 주는 모든 북한 변수를 언론에서 간단히 풍(風)이라는 단어를 붙여 명명했다. 그래서 지난 1997년 2월에 있었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사건을 황풍(黃風)이라고 불렀고, 1997년 8월 국민회의 고문이었던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으로 인한 파장을 오풍(吳風)이라 했다.

북풍이 여당 아닌 야당후보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준 적도 있었다. 바로 1997년 15대 대선 직전에 북한측 인사에게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요청한 `총풍(銃風)`이 그것이다. 그해 12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박충을 만나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요청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는 데 도움을 준 역풍으로 작용했다.

이번 장미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북한의 미사일도발 역시 또 하나의 북풍이다. 이번 북풍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보수 후보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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