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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의 민낯

등록일 2017-04-14 02:01 게재일 2017-04-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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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4·12 재·보궐선거가 범보수의 민낯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선거결과는 자유한국당 승리, 민주당·국민의당 선전, 바른정당 참패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고,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섰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치러진 재보선 당선자를 싹쓸이한 결과에 한껏 고무됐다. 전국적으로도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구(경상북도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압승한 것을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경기도 포천시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후보를 낸 23곳 가운데 12곳에서 이겼다. 이러니 표류하던 보수표심이 5·9 대선을 앞두고 재결집하고 있다며 흥분할 만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이니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무대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이나 홍준표 후보도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새롭게 도약하자고 다시 힘을 내는 분위기다. 특히 보수당의 텃밭으로 여겨져온 TK에서의 지지기반을 다시 확인했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TK지역 대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홍 후보를 크게 앞섰다는 점에서 텃밭까지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의 여세를 몰아 보수우파 세력의 결집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갈갈이 찢겨진 중도·보수세력을 끌어모으기보다 정통보수 세력결집을 우선하고 있다. 그래선지 이제 더이상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 얘기를 꺼내들지 않는다. 정통 보수를 자임하는 박근혜 지지세력이 등돌릴 것을 우려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바야흐로 `집토끼 최우선전략`으로 돌아선 보수 한국당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범보수진영의 또 다른 축인 바른정당의 고심은 더 깊다. 바른정당은 창당 79일 만에 치른 이번 재보선에서 경남 창녕과 충남 천안에서 기초의회 의원 각 1명씩 당선시키는데 그쳤다. 유일하게 국회의원을 뽑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에 후보를 냈으나 5.22%란 실망스런 득표율을 올렸다. 또 주호영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 제3선거구 시의원 선거, 그리고 대구 달서구사선거구 구의원 선거에도 후보를 냈으나, 두 곳 모두 한국당 후보에 패했다. 특히 유승민 대선후보는 후보 선출 이후 대부분의 지역일정을 대구·경북 지원유세로 잡아 TK 표심잡기에 총력전을 폈으나 참패해 한국당과의 보수적통 경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마디로 당의 존폐위기다. 당 내부 기류도 심상치 않다. 이른바 유승민계를 제외한 의원들은 당의 생존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한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혀온 유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빚는 것은 왜일까. 우선 유 후보가 대구·경북(TK)지역에서 `배신의 프레임`에 갇히는 바람에 정통보수라는 집토끼를 놓친 것이 가장 컸다. 본인으로선 `나라를 위해 바른 소리를 했다`고 하지만 말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만 봐도 향후 TK지역 민심은 탈당파인 바른정당이 아니라 한국당 쪽으로 쏠릴 것이 확실해 보인다. 또 수도권이나 강원·충청 등의 중도보수층들은 `반문정서`에 영향을 받아 국민의당 안철수 지지로 돌아섰다. 이러니 지지율 1~2%로는 대선을 완주해봐야 의미가 없으니 이달 말까지 지지율 반등이 없으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유 후보 측도 13일부터 시작되는 TV토론에서 반드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며 결의를 다지고있다. 사면초가 속에 최후의 반전을 노리는 바른정당이다.

대한민국을 떠받쳐온 보수의 신화는 세 가지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때부터 내려오는 경제의 신화, 북한과 대치하는 남북분단이 불러온 안보의 신화, 그리고 사회질서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안정의 신화다. 부패했지만 능력은 있다던, `보수의 신화`는 어느덧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범보수의 민낯은 왜 이리 쓸쓸해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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