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두 공범 중에 한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라. 상대편 공범이 묵비권을 선택했을 경우 자신도 묵비권을 선택하면 징역 6개월을 받게되고, 자기 혼자 공범을 자백하면 석방될 수 있으니 자백(배신)하는 게 이득이다. 상대편 공범이 자백하는 상황일 때는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혼자 징역 3년의 중형을 받게 되고, 자백(배신)하면 징역 2년을 받게된다. 어느 쪽이든 자백하는 것이 이득이다.
이같은 현상을 `죄수의 딜레마`라 하는데 1950년 미국 국방성 소속 RAN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소의 경제학자 메릴 플로드와 멜빈 드레셔가 시작한 연구를 프린스턴 대학교의 수학자 앨버트 터커가 게임이론을 유죄 인정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두 죄수의 상황에 적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탄핵·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인 최순실이 재판을 앞두고 구속수감된 처지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저물 것 같지 않던 절대권력의 쓸쓸한 뒷모습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두 사람간의 신뢰가 지켜질 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그게 지켜지기 어려운 심리현상의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이 서로 신뢰를 지켜 약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게 오히려 사회정의와 배치된다. 이 나라를 리더십 위기에 빠뜨린 두 사람이 `죄수의 딜레마` 속에서라도 진실을 털어놓기를 바란다. 그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