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왜건이 선거 유세에 등장해 인기를 끈 건 1848년 미국 대선 때부터였다. 당시 재커리 테일러(1784~1850)가 댄 라이스라는 서커스단 광대와 함께 밴드왜건을 타고 선거 유세를 해서 승리해 제12대 대통령이 됐다. 이때 밴드왜건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 이후 정치인들이 앞다퉈 악대차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사회과학자들은 대중이 여론이나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선거판에 쓰이는 심리학 용어로 컨벤션(convention)효과란 말도 있다. 전당대회나 경선행사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서 승리한 대선후보나 해당 정당의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널리 통용되고 있다.
심리학에서 비롯된 정치용어들은 오는 5월9일 장미 대선 판세를 읽는데 유용한 분석도구다. 이번 대선의 관전포인트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맞선 `비문 후보 단일화`가 어떻게 성사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는 문 후보가 다자구도에서 지지율 1위로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 등이 `비문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면 어떨까. 이른바 `컨벤션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가 중첩 작용해 승부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제서야 민심의 변화무쌍함이 무섭게 느껴질, 정치의 계절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